2009년 7월 1일 미국 유명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이 특별호를 발간했다. 앞 표지 주인공은 팝 가수 마이클 잭슨, 뒤 표지도 잭슨의 뒷모습을 담았다. 특별호 기사는 모두 잭슨에 관한 것이었다. 잭슨은 ‘잭슨 특별호’ 발간 6일 전인 6월 25일 프로포폴 과다 투약으로 갑작스레 숨졌다. 롤링스톤의 이례적인 특별호는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한국인은 6월 25일을 한국전쟁 개전일로 생각하지만, 세계 팝 애호가들은 잭슨과 이별한 날로 기억했다.
□ 당시 롤링스톤은 장문의 부고 기사에서 ‘영예로우면서도 악명 높았던 역사를 지닌 사람’이라는 소제목으로 잭슨의 51년 삶을 압축했다. 1958년 가난한 흑인 가정(아버지 조 잭슨은 크레인 기사였다)에서 태어난 잭슨은 11세 때 가족과 함께 결성한 ‘잭슨 파이브’로 익히 목소리와 얼굴을 알렸고 성인이 된 후 팝의 제왕에 올라 백인 위주 팝 시장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그는 노래와 춤으로 영예로운 역사를 만들고, 사생활로 불명예를 쌓았다. 아동성추행 의혹이 그의 경이적 업적과 함께 거론됐지만 많은 팬은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고 치부했다.
□ 올해 사망 10주기를 맞았지만, 잭슨은 추모보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아동성추행 행각을 다룬 4시간짜리 다큐멘터리 ‘네버랜드를 떠나며’가 지난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공개되며 추모 분위기는 급속히 가라앉았다. 네버랜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던 잭슨의 별장 이름이다. 동화 ‘피터팬’에 나오는, 아이들만 사는 섬 이름에서 따왔다. 성추행이 네버랜드에서 주로 이뤄졌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동심 어린 장소에서 동심을 파괴하는 끔찍한 범죄가 벌어졌다는 증언이 나오니 잭슨에 대한 혐오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잭슨의 삶을 기리는 행사는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대신 잭슨 청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의 BBC를 비롯, 네덜란드 캐나다 등 10개국 라디오 방송에서 잭슨의 노래는 금지곡이 됐다. 지난달 25일 전후 국내 주요 언론 대부분이 10주기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가 숨졌을 때 당시의 떠들썩한 분위기와 상반된다. 롤링스톤도 10주기 기사를 싣지 않았다. 한 인물의 문화적 업적을 사생활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오지만 크진 않다. 잭슨 10주기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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