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한국에 수출규제 시행]
日, 제3국 참여 중재위 설치 18일까지 우리 정부가 수용 안하면 조치 예고
아베 또 “WTO 협정 위반 아니다… 약속 안 지키는 국가 우대 못해” 압박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와 관련 국내외의 비판 여론에도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4일부터 시행되는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징용문제에 대한 한국 측 양보를 이끌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인 만큼 규제강화 품목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설 태세다.
한국 정부는 최혜국대우(MFN) 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맞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일본이 원하는 징용문제 해법을 단시일 내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한일 양국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위자료를 분담하면 정부 간 협의를 할 수 있다고 제안을 했지만, 일본으로부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일본 정부가 요청한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 설치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이에 제3국 중심의 중재위 설치 기한인 18일이 분기점일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국이 이날까지 중재위 설치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와 추가 대항조치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産經)신문은 3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수출관리 체제를 계속해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제재강화 대상품목의 확대를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도 이날 “한국 정부로부터 만족할 수준의 응답이 오지 않을 경우 다른 조치를 추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 내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직후 외무성, 경제산업성, 방위성, 농림수산성, 법무성 등 관계부처가 모여 △송금제한 △단기 취업비자 제한 △농수산물 검역 강화 등을 검토해 왔다.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전망되는 한국 법원에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결정은 데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은 1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대한 매각명령 신청 사건을 심리하는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지난달 18일 심문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초 8월쯤으로 예상된 매각 결정 시점이 다소 연기된 셈이다. 그 동안 한국 정부가 피해자를 설득,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엔 일본의 보복 조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당수토론에서 이번 조치가 WTO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역사문제를 통상문제와 관련시킨 것이 아니다”라며 “징용공 문제는 역사문제가 아니라 국제법상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거론했다. 이어 “안보를 위한 무역관리를 각국이 한다는 것은 의무”라며 “그 속에서 상대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우대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이번 조치가 징용문제에 대한 보복임을 아베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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