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항소심 공판 추가뇌물 증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추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삼성 임원들이 잇따라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언을 쏟아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서 근무했던 임원 세 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이날 증인들은 모두 삼성전자 미국법인 근무 당시 미국 로펌인 에이킨 검프가 법인에 보낸 다스 소송 관련 거래명세서(인보이스)를 받았고, 해당 금액을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부품회사로,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미국 소송과 관련한 비용을 삼성으로부터 대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05년부터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서 전략기획팀장으로 근무했던 오모씨는 “최모 사장으로부터 실장님 지시사항이라며 에이킨검프의 인보이스를 받으면 자금관리이사(CFO)에게 전달해 처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실장’은 당시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장을 맡던 이학수 전 부회장이다. 오씨는 이어 “전달 받은 인보이스 본문에 다스라는 단어가 찍혀 있었다”고 전했다.
오씨와 함께 근무했던 CFO 민모씨도 “통상 인보이스에는 짧게 앞에 뭔가가 써있고, 뒤에는 사람 이름 등 상세 내용이 덧붙여져 있지만, 에이킨검프가 보낸 인보이스는 그런 것 없이 숫자로만 몇 줄 짧게 써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출 경위를 확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민씨는 “조직에서 ‘실(전략기획실)’의 지시는 최상위 지시이기 때문에 내려오는 그대로 이행한다”고 말했다. B씨의 지시를 받아 실제 비용지급을 담당한 C씨도 “보통 법률서비스 청구는 시간당 변호사 금액 등 세부내역을 첨부하는데 이 건에선 총액 기준으로만 청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에이킨 검프가 삼성에 보낸 인보이스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첩받아 이를 토대로 확인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금 약 51억원을 공소장에 추가했다. 이 금액이 항소심에서 뇌물로 인정되면, 이 전 대통령의 삼성 관련 뇌물 총액은 61억8,000만원(1심 재판부가 인정한 금액)에서 119억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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