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기사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승객의 사진을 올리고 성희롱을 한 것을 두고 ‘기사 간접고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택시기사처럼 범죄 이력을 조회하지 않는 파견 채용이라 허점이 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실은 같은 사건이 택시기사에 의해 발생했더라도 해고하거나 재취업을 금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행법상 ‘단체카톡방(단톡방) 성희롱’은 ‘성폭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3일 타다를 운영하는 VCNC사의 모회사 ‘쏘카’ 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기사에 즉각 계약해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는 지난달 29일 잠든 여성의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공유했고, 다른 기사들과 함께 성희롱 발언이 담긴 대화를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쏘카 측은 “대화에 참여한 다른 기사들의 신원이 특정되면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적용해 퇴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 측의 사과에도 부실한 자격검증에 대한 질타는 계속되고 있다. 면허 취득시 범죄이력조회를 거치는 택시와 달리, 별도 자격이 필요 없는 타다 기사는 사고 및 음주운전 이력만 확인 후 채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기사가 같은 일을 저질렀더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운수종사자는 살인, 강조, 성폭력, 마약복용 등 중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자격을 취소할 수 있지만, 단톡방 성희롱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처벌대상이 아니다.
단톡방 성희롱의 경우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되고 있지만 가해자가 재판을 받더라도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건 여전하다. 법원의 판단이 주로 벌금형에 그쳤기 때문이다. 2016년 단톡방에서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며 욕한 회사원 A(34)씨와 B(32)씨에 대해 법원은 모욕죄를 인정했지만 처벌은 각각 벌금 100만원이었다. 대학원생 C(31)씨도 인터넷으로 알게 된 여성에 대해 ‘과거 성매매업소에서 일했다’는 식의 허위사실을 단톡방에 올려 명예훼손죄로 기소됐지만 역시 법원은 100만원의 벌금만 선고했다.
지금으로선 타다 사건처럼 회사가 조치를 취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택시회사도 달리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취업규칙에 관련 조항이 없다면 해고는 물론 징계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택시회사 관계자는 “구두 경고는 할 수 있지만 벌금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쫓아낼 순 없다”고 말했다.
결국 단톡방 성희롱이 ‘성폭력’으로 처벌되지 않는 이상 대중교통은 물론 곳곳에 위험이 상존한다. 올해 초 드러난 ‘정준영 단톡방’등 연예인은 물론 대학ㆍ직장에서 단톡방 성희롱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2017년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바일 메신저에서의 지속적 성적 언동까지 성희롱으로 처벌하자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처벌 강화에 앞서 단톡방 성희롱을 단순한 사적 대화가 아닌 ‘성폭력’으로 여기도록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은 “단톡방 대화는 특정 참여자들만 볼 수 있어 내부 제보가 없다면 피해사실을 알기조차 쉽지 않다”며 “발생 자체를 막기 위해선 사회적 경각심을 갖고 직장이나 공동체에서 이를 단호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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