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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 27만개 마이크로 구멍이 빚어낸 ‘무풍’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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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 27만개 마이크로 구멍이 빚어낸 ‘무풍’의 마법

입력
2019.07.06 0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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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무풍 에어컨의 마이크로 홀(확대한 원안 그림). 마이크로 홀 패널에는 직경 1mm 초소형 구멍이 27만개 뚫려 있다. 차가운 공기가 이 패널을 통과하면 마치 고운 체에 걸러지듯이 쪼개지면서 초속 0.15m의 균일하고 은은한 공기 흐름으로 바뀐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무풍 에어컨의 마이크로 홀(확대한 원안 그림). 마이크로 홀 패널에는 직경 1mm 초소형 구멍이 27만개 뚫려 있다. 차가운 공기가 이 패널을 통과하면 마치 고운 체에 걸러지듯이 쪼개지면서 초속 0.15m의 균일하고 은은한 공기 흐름으로 바뀐다. 삼성전자 제공

에어컨 없이 지내기 힘든 계절이 돌아왔다. 폭염이 지속되는 한여름에는 에어컨이 없는 장소에는 사람이 잘 모이지 않는다. 한밤 온도가 25도가 넘어서는 열대야가 시작되면 “에어컨을 켜 놓고서야 겨우 잠들었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늘어간다.

하지만 시원하다는 이유로 에어컨을 마냥 켜 놓는 것도 부담이다. 여름만 되면 올라가는 우리 집 전기료도 문제지만, 냉방병 등 지나친 에어컨 사용으로 걸릴 수 있는 여름 질병도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에어컨에서 나오는 찬 바람을 직접 쐬는 게 부담스러운 아기 등 노약자가 있는 집은 에어컨을 오래 틀어놓는 것을 꺼려한다. 에어컨의 찬 바람이 싫어 한여름에 일부러 긴 소매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찬바람을 쐬지 않으면서도 냉기를 느낄 수 있는, 바람이 없는 이른바 `무풍` 에어컨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이다.

에어컨의 기본 원리는 액체가 기체로 바뀌면서 외부에서 열을 흡수하는 ‘기화열’을 발생시켜 주변의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것이다. 알코올을 솜에 적셔 피부에 묻히면 금세 증발하면서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알코올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에어컨 내부에 있는 ‘냉매’다. 이 냉매는 상온에서 쉽게 증발하기 때문에 에어컨이 빨아들인 방안의 더운 공기를 열교환기에서 차갑게 만들어 밖으로 배출해준다. 에어컨을 켜면 순식간에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에는 찬바람이 강력할수록 좋은 에어컨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실내 공기를 시원하게 유지하면서도 인체에 찬바람이 덜 닿게 하는 에어컨이 좋은 제품의 기준이 된지 오래다.

 ◇바람을 체에 거르듯…인체가 못 느끼게 흐름 변화 

무풍 에어컨의 비밀은 에어컨 기기 전면에 배치된 ‘마이크로 홀’에 있다. 삼성전자는 찬바람이 마이크로 홀을 통과하면서 은은한 냉기로 변하는 기술을 적용해 지난 2016년 세계 최초 무풍 에어컨을 출시했다.

마이크로 홀은 직경 1mm 초소형 구멍이 27만개가 뚫려 있는 메탈 소재 패널이다. 강하고 차가운 공기가 이 패널을 통과하면 마치 고운 체에 걸러지듯이 쪼개지면서 초속 0.15m의 균일하고 은은한 공기 흐름으로 바뀐다.

미국 공조냉동공학회(ASHRAE)에서는 초속 0.15m 이하의 바람을 사람이 인지할 수 없는 ‘무풍(Still air)’으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 낮은 풍속 때문에 에어컨 바로 앞에서 손을 대지 않는 한 찬바람을 느낄 수 없다. 황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연구원은 “마이크로 홀을 통과한 바람은 마치 스프레이로 뿌린 듯이 미세한 입자 형태로 잘게 쪼개지고, 냉기는 자연스럽게 실내로 확산된다”고 말했다.

강한 바람이 없어도 실내 온도가 낮게 유지되는 이유는 ‘복사냉방‘ 이뤄지기 때문이다. 통상 일반적인 에어컨은 강한 바람을 계속 내보내 실내 온도를 떨어뜨리지만, 무풍 에어컨은 처음에는 찬바람으로 냉방을 하다가 실내가 일정 온도 이하로 떨어지면 은은한 냉기를 내보내는 복사냉방으로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복사냉방 원리는 우리 조상들이 한여름에도 얼음을 보관했던 석빙고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석빙고는 내부가 유선형인 봉분 모양으로 돼 있기 때문에 출입구에서 들어온 찬바람이 유선형 벽면을 타고 골고루 퍼질 수 있다. 이때 찬 공기는 바닥으로 내려가고, 더운 공기는 천장 굴뚝으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내부에는 찬 공기만 남게 된다. 바람은 불지 않지만 냉기가 은은히 퍼져 실내 온도가 낮게 유지되는 복사냉방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황 연구원은 “온도 균일성이 확보되는 ‘복사냉방’이 가장 이상적인 냉방 방식이라고 판단하고, 바람을 감지하지 않고도 동굴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찬 기운을 느낄 수 있게 제품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으로 구석구석 더 시원하게 

무풍은 아니지만 찬바람을 원하는 곳에 선택적으로 보내, 직접적으로 찬바람 맞는 걸 피하게 해주는 에어컨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또 집안 위치에 따라 온도가 어떻게 다른지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온도가 더 높은 곳으로 바람을 보내주는 에어컨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은 사용자가 거실 소파에서 에어컨을 켠 채 머무르고 있으면 인체 감지 센서가 주기적으로 소파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반복적으로 감지하고 데이터화한다. 만약 사용자가 소파에 머무는 시간이 길 경우 인체 감지 센서에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어컨이 소파 방향으로 집중 냉방을 한다. 한 집에 아기와 아빠가 같이 있을 경우 아기가 있는 쪽으로는 바람을 안 보내고 아빠가 있는 쪽으로 바람을 집중적으로 보낼 수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인공지능은 사람이 주로 머무르는 공간은 물론 고객이 에어컨을 사용하는 패턴, 에어컨 사용 상황, 온도와 습도, 공기 질, 생활 환경까지 학습한다”며 “고객들은 에어컨을 오래 사용할수록 제품이 스스로 주변 환경과 고객 기호에 맞춰 최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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