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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北 WMD 완전한 동결 원해… 제재는 유지, 평양에 연락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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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北 WMD 완전한 동결 원해… 제재는 유지, 평양에 연락사무소”

입력
2019.07.03 17:35
수정
2019.07.03 20: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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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MD 폐기 일괄 타결론 보다는 유연해져… 대북 제재는 선 그어 북과 협상 난항 여전할 듯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AP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AP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complete freeze)을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대북 제재는 유지하되 인도적 지원과 인적 교류 확대,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등 다른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WMD 동결을 우선적 목표로 삼는 점진적 접근법을 택한 것이지만, 북한이 원하는 대북 제재 해제에는 선을 그어 북한과의 실무 협상에서 양측의 줄다리기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악시오스는 이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보도를 전제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이라며 “생산을 중단하라는 것이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미 정부는 동결과 비핵화 최종 상태에 대한 개념을 원하며 그 속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길로 가는 로드맵에 대해 협의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비핵화 최종 상태의 목표 지점을 북한과 함께 확인하고 비핵화로 가는 입구로서 WMD 동결을 합의하겠다는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런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주고 받기(give and take)할 여지가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비건 대표는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한다고 해서 미국 정부는 제재를 해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개략적으로 우리는 비핵화 전에는 제재 완화에 관심이 없다”면서 다른 방식으로 북한에 유연해질 의향을 나타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그는 “(협상을 하는 동안) 북한에 양보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인도적 지원, 인적 대화 확대, 상대 수도에 주재” 등을 예시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는 동안 인도적 지원과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북미 관계 개선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그들(북한)이 우리에게 핵무기 20개를 준다고 한다면, 나는 (국무)장관에게 가고 장관은 대통령에게 가서 이를 보고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상응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비건 대표가 지난달 공개적으로 언급한 ‘유연한 접근’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하는 ‘WMD 폐기를 일괄 타결하는 빅딜론’ 보다는 유연한 점진적 접근법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미국이 핵 동결에 만족할 수 있다’는 보도로 논란이 된 ‘골대 낮추기’ 논란은 이 같은 발언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비건 대표가 대북 제재 해제에 선을 긋고 있다는 점에서 NYT 보도 자체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

비건 대표의 언급은 지난 2월 결렬된 하노이 회담 당시 미국 협상팀이 취했던 ‘동시적•병행적’ 접근법으로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일괄 타결 빅딜론으로 강경해졌던 미국 정부의 입장이 유연해진 협상 모드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미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WMD 동결, 비핵화 개념, 로드맵을 협상 의제로 제시하면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각 합의사항을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평화체제 정착 및 북미 관계 개선 항목도 병행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당시 미국 정부가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상응조치로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미국이 핵심 쟁점인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선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북한과 실무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에서 핵 프로그램 전체의 동결을 원한 미국과 달리,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 제안한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중 핵심적인 경제 제재 전체의 해제를 요구해 회담이 결렬됐다. 양측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지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경우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선 북한 측에선 영변을 넘어서는 핵 시설을 협상 테이블에 내놓아야 하고, 미국 측에선 대북 제재에서 유연한 입장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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