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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폭력 시위 부각시키며 반격나선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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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폭력 시위 부각시키며 반격나선 중국

입력
2019.07.03 16:18
수정
2019.07.03 20:5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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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무장 병력이 지난달 26일 홍콩섬 앞바다에서 적진 침투 육해공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일 시위대가 홍콩 입법회를 점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치닫자 이튿날인 2일 뒤늦게 훈련장면을 공개하며 무력동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해방군보 웨이보 캡처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무장 병력이 지난달 26일 홍콩섬 앞바다에서 적진 침투 육해공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일 시위대가 홍콩 입법회를 점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치닫자 이튿날인 2일 뒤늦게 훈련장면을 공개하며 무력동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해방군보 웨이보 캡처

지난 1일 홍콩 입법회(우리의 국회)를 점거한 시위대의 폭력성이 부각되면서 중국이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그동안 홍콩의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이제는 정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법치’에 도전한 폭도를 응징하려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은 이례적으로 홍콩 입법회가 시위대에게 점거된 다음 날(2일) 홍콩 앞바다에서 훈련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 사진을 공개해 사태가 악화할 경우 당장이라도 무력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강경 메시지를 던졌다. 중국은 홍콩에 우호적인 서구를 향해서도 “이중잣대를 들이대지 말라”고 역공을 펴며 폭력시위를 빌미로 국면을 주도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법치와 폭동’, ‘질서와 혼란’, ‘공권력과 시위대’를 대비시키는 선과 악의 이분법 구도를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 자연히 불법 시위대는 끝까지 쫓아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강경 성토 발언이 줄을 이었다. 인민일보는 3일 시위대가 금속 수레와 봉을 이용해 입법회 유리창을 부수고 독성 화학물질을 이용해 경찰을 공격했다고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했고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마지노선을 공공연히 저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화통신도 “일부 극단주의 세력의 폭력행위는 홍콩 법치에 대한 도발이자 침범”이라고 규정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법치는 홍콩의 핵심 가치이자 세계의 공통된 가치”라며 홍콩 시민을 넘어 전 세계를 향한 선전에 열을 올렸다. 폭력시위는 국제사회에서 경계와 반감을 자초할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2011년 런던 폭동 당시 영국 정부의 강경대응을 거론하며 “추호의 자비도 없이 엄격하게 진압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그 결과 폭력시위로 정치적 격변을 겪은 국가들은 모두 실패하고 혼란에 빠졌다”고 반박했다. 79일간 홍콩 도심을 점거한 2014년 우산혁명 당시 보다 이번 폭력시위 가담자들이 가중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울러 최근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이 중국이 홍콩반환협정을 위반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서도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영국이) 홍콩 식민지 시절 환상에 취해 있다”며 “영국의 식민통치 시절 홍콩에는 통행의 권리마저 없었다”고 주장했다. 홍콩을 식민 통치했던 영국이 최근 홍콩 문제에 관심을 두는 데 대한 불쾌감을 여지 없이 드러낸 것이다.

급기야 중국은 무력 동원 카드를 슬쩍 흘리며 홍콩을 거세게 압박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홍콩 경찰이 입법회에서 시위대를 몰아낸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여러 장의 훈련 사진을 올렸다. 홍콩 섬이 훤히 보이는 앞바다에서 군함, 헬리콥터, 소형 고속정을 동원해 무장 병력을 적진에 투입하는 육해공 합동 긴급출동 및 대응훈련 장면이었다.

훈련은 지난달 26일 실시됐지만 1주일이 지나 시위가 가장 격화된 시점에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2일 국무원 홍콩ㆍ마카오 사무판공실과 외교부 홍콩 주재 특파원 공서가 동시에 폭력시위 비판 성명을 낸데 이어 인민해방군까지 가세하면서 홍콩을 관장하는 중국의 3대 정부기관이 모두 전면에 나선 셈이다.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은 특별행정구로서 경찰이 치안을 유지하지만, 비상사태에 대비해 중국군 병력이 일부 주둔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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