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시 때문에 착용” 6월 작은 변화 후 특급 성적
키움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26)가 안경을 쓰고 난 뒤 달라졌다. 이미지가 한결 성숙해졌고, 마운드 위에서도 차분함이 느껴졌다. 안경과 야구 실력은 큰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묘하게 한현희는 성적이 반등했다.
2013년과 2014년 홀드왕 출신 한현희는 2015년부터 선발 투수로 전환했다가 올해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시즌 초반은 불안했다. 5월까지 28경기 평균자책점이 4.62에 달했다. 들쭉날쭉한 투구에 5월말 그는 첫 변화를 택했다. 그 동안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안경을 착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현희는 “작년부터 오른쪽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며 “시력보다 난시가 심해 급한 대로 안경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 이후 한현희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6월 11경기에 나가 1승 8홀드 평균자책점 0.79의 특급 성적을 남겼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5월까지 1.50에서 6월 0.97로, 피안타율 역시 0.286에서 0.135로 떨어졌다. 6월 한 달간 좋은 흐름이 7월에 끊기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이달 첫 등판인 2일 두산전에서도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한현희는 “처음엔 안경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포수 미트가) 잘 보여서 편하다”며 “눈의 피로감도 덜하다. 쓰고 벗기를 반복하면 나중에 불편해질 것 같아 평소에도 쓴다”고 했다.
사실 안경은 외형적인 변화일 뿐, 야구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변화는 투구 판을 밟는 위치 조정이다. 야구를 시작하면서 줄곧 투구 판 3루쪽 끝을 밟고 던졌던 그는 사이드암 출신 마정길 키움 불펜코치의 조언에 따라 6월 11일 NC전부터 한 발짝 옆으로 옮겨 가운데 발판을 밟고 던진다. 한현희는 “줄곧 내가 밟는 위치를 고집해왔는데, 마정길 코치님이 위치를 바꾸면 좋아질 것이라고 했고, (팀 선배) 오주원 형도 바꾸는 게 좋겠다고 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투구 판을 바꾼 뒤 한현희는 예전보다 스트라이크 존을 더욱 잘 활용하게 됐다. 마정길 코치는 “현희의 공은 임창용처럼 휘어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위치에서 던질 때 오른손 타자 기준으로 들어가는 공이 몸 쪽으로 휘어 볼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며 “가운데로 옮긴 뒤에는 같은 공을 던지더라도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 예전에 볼 판정을 받았던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 받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3년간 선발 투수 루틴을 지키며 투구를 하다가 올해 불펜으로 돌아가 초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한현희는 “지금은 자신감이 좀 붙은 것 같다”며 “홀드왕은 솔직히 포기했다. 기록은 내가 잘하면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마무리 조상우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에 대해선 “부담은 없다”면서 “불펜진이 다 잘 던지고 있어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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