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경제위기 입에 담지 말라” 정부ㆍ정치권 작심 비판

 대한상의 회장,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위기 꺼낼 때마다 억장 무너져” 일침 

 “일본은 치밀한 공동작업으로 보복하는데, 우린 서로 비난하기 바빠” 

박용만(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중소기업 복지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 여ㆍ야ㆍ정 모두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재계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고 있는 박용만 회장이 일본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에 작심하고 쓴 소리를 하고 나섰다.

박 회장은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 “여야정 모두 위기라고 말을 꺼내면 듣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억장이 무너진다”며 국회와 정부를 향한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1일 일본 정부가 내린 경제보복 조치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경제관계와 관련해 “중국 미국 모두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어지며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리는 여유도 없으면서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고 꼬집었다. 한일 외교 갈등이 통상 갈등으로 이어지는 동안 정부 대응이 안일하고 파편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더불어 박 회장은 한국기업의 국내외 사업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들 전통산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폭풍처럼 다가오는 미래사회를 예견해서 첨단기술과 신(新)산업에 몰입한다”며 “우리는 기반 과학도 모자라는데다가 신산업은 규제의 정글 속에 갇히다 보니, 일을 시작하고 벌이는 자체가 큰 성취일 정도의 코미디 상황”이라고 했다.

발언은 규제 해제 요구와 지난 국회 공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박 회장은 “규제 법안은 경쟁하듯 속속 보태어지고 있고, 기업은 일부가 지은 잘못 때문에 제대로 항변조차 하기 조심스럽다”며 “의료 교육 모든 큰 서비스 산업기회는 완전 투망 밀봉식으로 닫혀있고, 열자는 말만 꺼내도 전원이 달려들어 역적 취급을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가끔 도움이 되는 법도 만들어지긴 하지만 그나마 올해는 상반기 내내 개점휴업으로 지나갔다. 이 모든 쓰나미의 와중에…”라며 공전하고 있는 국회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그는 끝으로 “어쩌라는 것입니까?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붙들어줄 것은 붙들고 놓아줄 것은 놓아주어야 할 때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