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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못 찾은 돈, 요구불예금으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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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못 찾은 돈, 요구불예금으로 몰렸다

입력
2019.07.0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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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전월보다 3% 이상 급증하며 470조원을 넘어섰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농협)의 6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472조8,124억원으로, 전월 말(458조4,702억원)보다 3.1%(14조3,422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의 전월 말 대비 증가율이 3%를 웃돈 것과 증가액이 14조원을 넘은 것 모두 올해 들어 처음이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에 금리가 연 0.1% 안팎으로 정기예적금에 비해 크게 낮다. 그럼에도 요구불예금에 돈이 몰린 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자금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증시 불안도 계속되자 고객들이 자금을 일시적으로 넣어둔 채 투자 적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만 해도 상반기엔 경기가 어렵겠지만 미중 무역분쟁 해소, 반도체 산업 회복 등에 힘입어 하반기엔 반등하면서 투자 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며 “그러나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민관을 막론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만큼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는 고객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5개 시중은행(신한 ㆍ국민ㆍ하나ㆍ우리 ㆍ농협) 요구불예금 현황/김경진기자
5개 시중은행(신한 ㆍ국민ㆍ하나ㆍ우리 ㆍ농협) 요구불예금 현황/김경진기자

6월은 2분기 및 상반기를 마감하는 달이라 결제성 자금이 몰리는 일시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정부의 사업 예산, 건설사들의 공사대금 등 상반기에 집행해야 하는 결제성 자금이 동시다발로 몰려 요구불예금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이러한 유동자금 유치를 위한 영업전이 뜨겁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금리)이 가장 낮은 수준인 요구불예금을 많이 예치하면 대출에 따른 수익이 커진다”며 “수백, 수천 억의 뭉칫돈을 보유하거나 대규모 금융상품 만기가 곧 도래한다고 알려진 기업이나 기관을 상대로, 은행들이 요구불예금, 정기예금 등 다양한 상품을 조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며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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