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시신 야산 매장 계획… 검찰, 부부 죄명 ‘학대치사’→‘살인’ 변경
검찰이 생후 7개월 된 딸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어린 부부의 죄명을 아동학대치사 혐의에서 살인 혐의로 바꿔 재판에 넘겼다.
앞서 경찰은 이들 부부가 딸이 숨질 가능성을 미리 짐작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피해자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세영)는 살인 및 사체유기,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ㆍ방임 혐의로 숨진 A(1)양의 아버지 B(21)씨와 어머니 C(18)양을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 부부는 지난 5월 26~31일 인천 부평구 한 아파트에 딸 A양을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어머니 C양이 집을 나간 5월 26일 오후 6시쯤부터 반려견 2마리와 함께 방치된 A양은 같은 달 31일 오후 4시 12분쯤 안방 아기 침대에서 숨진 채 귀가한 아버지 B씨에게 발견됐다. A양은 아버지 B씨가 5월 27일 냉장고를 중고로 팔기 위해 사진을 찍으러 집에 잠시 들렀을 때는 살아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이들 부부가 딸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다고 보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들 부부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상대방이 아이를 돌봐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에서 “딸이 3일간 분유를 먹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는 진술을 하고 딸을 혼자 방치한지 3일째 ‘딸이 죽었겠다’ ‘집에 가서 어떤지 봐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영아인 피해자가 3, 4일 이상 분유를 먹지 못한 채 홀로 방치되면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버려둬 사망하게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 부부에게 사체 유기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이들은 딸 시신을 발견하고도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종이박스에 넣어 지난달 2일 A양의 외할아버지가 발견하기 전까지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딸 시신을 야산에 매장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지난 5월 17일 딸을 집 앞에 6시간 동안 방치하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달 1일 참고인 신분으로 최초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5월 31일 오전 11시쯤 집에서 일어나보니 숨져 있었다”고 영아 돌연사를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거짓 진술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 앞서 거짓말을 하기로 말을 맞췄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앞서 A양 시신을 부검한 결과 위와 소장, 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의 공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공판 과정에서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철저히 공소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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