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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눈]“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안 받아요” 상수동 착한 식당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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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눈]“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안 받아요” 상수동 착한 식당 화제

입력
2019.07.03 16:07
수정
2019.07.0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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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아이들 밥 한 끼 편하게 먹이고 싶었어요”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만 보여주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울 상수동의 식당 '진짜파스타'에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이 식당 사장은 눈치보지 말고, 금액에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을 시키고 나갈 때 미소 한번 보여달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인터넷 캡쳐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만 보여주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울 상수동의 식당 '진짜파스타'에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이 식당 사장은 눈치보지 말고, 금액에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을 시키고 나갈 때 미소 한번 보여달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인터넷 캡쳐

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를 받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한 식당이 화제다. 누리꾼들은 “이 식당 바빠서 힘들게 응징하러 가자”며 응원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식당 ‘진짜파스타’는 2일 가게 공식 트위터에 ‘밥 한 번 편하게 먹자’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트윗에는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그냥 안 받을랍니다”라는 문구가 붉은색으로 강조돼 있다. 아이들이 꿈나무 카드만 보여주면 음식값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식당 사장 오인태(34)씨가 이 일을 생각하게 된 건 올해 초. 구청에 갔다가 결식 아동들에게 식대 5,000원을 주는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의 존재를 알게 됐다.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5,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데다 가맹점조차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오 사장은 3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식당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서 꿈나무 카드를 받는 게 운영에 보탬이 될까 싶어 알아봤는데 밥값을 정산 받는 것도 복잡했다”면서 “식당 직원인 투자자들과 상의해 지난달 24일부터 꿈나무 카드만 보여주면 돈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가게 앞에 안내문을 붙였지만 반응이 별로 없어 2일 SNS에 다시 올렸다”고 그는 덧붙였다.

오씨는 아이들에게 다섯 가지만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가게에 들어올 때 눈치 보면 혼난다 ▲뭐든 금액에 상관없이 먹고 싶은 거 얘기해줘 ▲나갈 때 카드 한 번 보여주고 미소 한 번 보여주고 갔으면 좋겠다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고 자주 보자 ▲매주 월요일은 쉬니까 미리 알아달라 등이었다. 그는 안내문에 “별거 없지? 당당하게 웃고 즐기면 그게 행복인 거야”라면서 “나의 실수로 너희들의 감정이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삼촌, 이모가 밥 한 끼 차려 준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와서 밥 먹자”라고 썼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래서 아직 세상은 살만한가 보다”(완***), “멋지다”(L***), “이 글을 많이 퍼뜨리자”(향***)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가게 바빠서 힘들게 응징하러 가야겠다”는 글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이 식당이 소방공무원에게 음식과 음료까지 전액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음식값 대신 헌혈증을 받아 소아암어린이재단에 기증하고 있으며, 위안부 할머니 후원회에서 제작한 팔찌를 사서 생일을 맞은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등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오씨는 기부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다들 힘들지만 그렇다고 기부까지 줄어들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매장을 열면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형편이 좋아지지 않고 있지만 동업자인 직원들과 싸게 재료를 공급하고 기술 지원을 해주는 업체 사장 등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의 도움으로 기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다. 그는 “불에 타지 않고 날카로운 물건이 뚫지 못하는 소방관 장갑이 10만원 정도 하는데, 돈을 좀 벌게 되면 그 장갑을 사서 소방관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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