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를 피할 목적으로 국내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독일계 투자회사가 8년 간의 법정 다툼 끝에 결국 46여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서울시티타워가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독일계 투자펀드인 TMW가 만든 페이퍼컴퍼니 GmbH 1, 2는 2003년 서울시티타워에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고, 2006~2008년 사이 발생한 수익에 대한 배당금으로 1,316억원을 받았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한국과 독일간 조세조약에서 ‘독일 회사는 최대 5%까지만 세금을 내도록 한다’는 합의에 따라 배당금의 5%인 84억원을 법인세로 냈다.
하지만 2011년 남대문세무서는 배당소득의 실질적 수익자가 TMW인 만큼 한독 조세조약이 아닌 국내 법인세율 25%를 적용해야 한다며 269억원의 세금을 물렸다. GmbH 1, 2는 낮은 세율을 적용 받기 위해 TMW가 세운 유령회사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티타워 측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고, 1ㆍ2심은 세율 5%를 적용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15년 대법원은 “TMW가 독일에서 포괄적인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이상 한ㆍ독 조세조약상 법인으로 볼 수 없다”며 세율 5%를 적용한 원심을 파기했다. 또한 독일인뿐 아니라 오스트리아인, 룩셈부르크인으로 구성된 TMW가 한ㆍ독 조세조약상 ‘거주자’로는 인정할 수 있어 15% 제한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세무당국이 25% 세율을 적용한 것도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고등법원은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제한세율 15%를 반영해 130억여원을 납부하도록 했고, 다시 열린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이를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세무당국은 서울시티타워가 이미 낸 84억여원을 제하고 추가로 세금 46억여원을 걷게 됐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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