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대치 과정에서 국회회의 방해 등 혐의로 고발당한 같은 당 의원들의 수사자료를 경찰에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지난달 27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했던 한국당 여상규 의원 등 4명의 출석을 요구하자, 바로 그날 경찰을 피감기관으로 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이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조사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더욱이 자료를 요구한 행안위 의원들 중 이채익, 이종배 의원은 경찰에 고발된 당사자다.
한국당 행안위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은 피감기관을 감시하는 합법적 수단”이라며 “간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이라고 강변했다. 국민을 대신해 피감기관의 정책 활동을 따지기 위한 자료 요구라면 백번 지당한 얘기다. 하지만 국회회의 방해, 특수주거침입 등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고발당한 당사자가 국회의원이라는 특권을 활용해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은 물론 조사 담당자의 인적사항까지 요구한 것은 월권이자 외압으로 비치는 게 국민 일반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자료 요구 내용이 어떻게 외부에 알려지게 됐는지 경위를 밝히라”고 오히려 경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사고 낸 사람이 피해자에게 큰소리치는 격이다. 한국당은 이런 비도덕적, 특권적 행태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백배 사죄해야 한다.
한국당은 국민들이 여성 비하로 평가한 ‘여성 당원 엉덩이춤’ 논란을 ‘좌파 언론 탓’으로 돌리더니, 내년 총선 대응을 위해 1일 발족한 미디어특위를 통해 이 논란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모든 언론이 보도한 내용임에도 한 곳만 콕 찍어 제소한 것은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미디어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원도 산불 발생일에 언론사 사장과 술을 마셨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린 ‘진성호 방송’ 등 극우 매체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법률 지원을 다짐했다. 자신의 잘못에는 눈감으면서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려는 이런 졸렬한 행태가 한국당이 대안 정당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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