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혁신위, 사립대 비리 적발… 10가지 제도개선 권고안 전달
경북의 한 사립대 총장은 2016년 5월, 딸이 운영하는 호텔 숙박권 200장을 교비로 구매했다. 그리고 1년 뒤, 호텔은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학교 측은 당장 남은 숙박권 132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환불 요구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불용’ 처리했다. 허공에 날린 숙박권 금액은 1,000만원에 달했다.
교육부 자문기구인 사학혁신위원회는 사학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1,000만원 이상 횡령ㆍ배임한 임원은 시정요구 없이 즉각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교육부와 사학혁신위는 3일 사학혁신위원회 활동 백서를 발간하고, 지난 1년 6개월 간의 사학혁신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사학혁신위원회는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2017년 12월 출범한 교육부 자문기구로 교수 법조인 회계사 등 총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사학혁신위는 이 자리에서 교육부가 그간 65개 대학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와 종합감사, 회계감사 결과를 분석하고 10가지 사학혁신 제도개선안을 내놨다. 사학혁신위가 발표한 사립대의 비리는 복마전을 방불케 했다. 실태조사와 종합감사를 실시한 35개교에서 적발된 441건의 지적 사항 중 가장 많은 유형은 ‘회계 등 금전(52.83%)’ 비리였다. 교비 6,643만원을 들여 골프회원권을 구입한 뒤 6년간 총장 혼자 사용하거나, 교비로 골드바 30개를 산 후 전ㆍ현직 이사 3명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은행에 보관한 총장의 사례가 적발됐다. 다음으로 많은 비리 유형은 △인사(11.33%) △학사ㆍ입시(10.43%) △법인ㆍ이사회 운영(8.39%) 순이었다. 총장 배우자를 객원교수로 채용한 뒤 강의를 배정하지 않고 1억4,300만원의 급여만 지급한 사립대도 있었다. 총장의 조카와 손녀를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각각 법인 직원과 대학 직원으로 특별채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대학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생을 허위로 취업시키는 대학도 있었다.
사학혁신위는 이와 함께 사학의 구조적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10가지 제도개선 권고안도 교육부에 전달했다. 사학혁신위는 우선 사학 임원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1,000만원 이상 횡령ㆍ배임한 임원은 시정요구 없이 즉각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으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법인의 ‘봐주기’를 막기 위해서 결격 사유가 발생한 임원의 경우에는 당연 퇴직하도록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사학혁신위는 이어 설립자, 임원, 학교장은 개방이사로 선임될 수 없도록 개방이사 선임 자격을 강화하고, 임원 사이의 친족관계와 임원과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 숫자를 공시해 사립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고, 회계자료 보관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 법인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것도 제안했다. 또 내부고발자의 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공익침해 대상 법률’에 사립학교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권고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회혁신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조만간 제도개선 이행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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