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핫한 밴드 ‘새소년’ 리더의 솔로 앨범 ‘소!윤!’
“영원히 바보처럼” 청춘을 누리지 못한 세대의 비명 담아
질문 하나. 여성 로커 하면 가장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음악인은 누굴까. 국내에선 록밴드 자우림의 김윤아를 제외하면 답안지가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곡을 만들어 록밴드의 중심에 서 주목받은 여성 음악인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홍익대 인근 소극장에서 음악 하는 여성을 ‘여신’으로만 소비하며 음악적 발굴에 소홀했던 업계와 언론 탓도 컸다.
악조건을 뚫고 음악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여성 로커가 있다. 록밴드 새소년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황소윤(22)이다. 새소년은 유행에 발빠른 ‘힙스터’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났다. 2017년 낸 첫 앨범 ‘여름깃’으로 2018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고, 평단의 인정도 받았다. 밴드를 이끄는 황소윤은 중성적인 목소리와 감칠맛 나는 기타 연주로 밴드에 쏟아진 사랑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그의 음악적 개성은 동료들이 먼저 알아봤다. 리듬앤드블루스(R&B) 가수 딘은 황소윤에게 연락해 노래 ‘인스타그램’의 기타 연주를 부탁했다. 2017년 12월에 발표된 노래는 당시 멜론 벅스 등 주요 6개 음원 사이트 1위를 휩쓸었다.
‘잭팟’이 터진 뒤 1년 5개월이 흘러 황소윤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 5월 솔로 앨범 ‘소!윤!’을 냈다. ‘소!윤!’은 새소년 음악과 결이 180도 다르다. 소윤은 록이 아닌 전자음악으로 솔로 앨범을 채웠다. 강렬한 기타 연주로 무대를 누비던 로커는 솔 음악(노래 ‘포에버 덤’)도 선보이고 랩(‘FNTSY’)까지 한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소속사 붕가붕가레코드 인근 작업실에서 만난 황소윤은 “새소년이 아닌 황소윤으로 품고 있던 음악적 욕망을 풀어내고 싶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황소윤은 협업으로 실험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가수 선우정아, 수민, 자이언티를 비롯해 록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나잠수 등과 앨범에 실린 9곡을 만들었다. 동료 음악인과의 합작으로 ‘새로운 소윤’을 찾기 위한 시도다.
소윤에게 앨범 작업은 축제였다. 소윤은 샘 김과 ‘포에버 덤’을 녹음하기 전 일주일 동안 합주실에서 즉흥 연주만 세 번을 했다고 한다. 서로 흥에 취해서였다. 이 곡에서 황소윤은 “포에버 덤”이라고 노래하며 영원히 바보처럼 살길 바란다. 취업 절벽에 내몰려 청춘을 누리지 못한 세대의 비명 같다.
황소윤은 학창시절을 모두 대안학교에서 보냈다. 제도권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해 “세상을 넓게 혹은 불편하게 바라보는 힘을 기른 것 같다”고 말했다.
황소윤의 솔로 앨범 표지엔 아이와 고슴도치, 애벌레를 뒤섞어 놓은 듯한 ‘외계생명체’가 등장한다. 호주 작가 패트리샤의 작품 ‘더 루키’다. 황소윤은 획일화된 관념의 틀을 깨는 데 관심이 많다. 최근 읽은 책은 ‘수전 손택의 말’이다. 그가 인터뷰 장소에 메고 온 가방엔 “오늘 샀다”는 책 세 권이 들어 있었다. 그는 ‘아웃사이더’로 바라보는 세상을 음악에 담고 싶어 했다.
“서울의 삶에 생각이 많아요. 예전엔 다들 마음의 고향이 있다는 데 요즘엔 그렇지 않잖아요. 많은 사람이 돌아갈 곳 없는, 이방인 같다고 할까요. 요즘 쓰는 가사에 그런 내용이 많네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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