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주택에서 철거된 수도용 주철관 내벽이 심하게 녹슬어 있다. 주철관은 수중 산소에 의해 쉽게 부식이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녹 덩어리가 쌓이면서 녹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서울시내 상수관로용으로 매설된 주철관 전체가 내구 연한인 30년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진호씨 제공
내벽이 심하게 부식되거나 이물질이 달라붙은 아연도강관. 아연도강관은 부식과 유해 물질 오염 가능성 때문에 1994년부터 건축물 수도관으로 사용이 금지됐으나 공공 상수관로로는 아직도 쓰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진호씨 제공
지난 5월 7일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택에서 철거된 아연도강관 재질의 수도관 외부가 심하게 부식돼 있다. 이진호씨 제공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주택에서 철거된 아연도강관 재질의 수도관. 이진호씨 제공

지난달 26일 수도관 교체 공사가 한창인 서울 서초구의 한 공동주택. 철거된 녹슨 수도관 내벽에 검붉은 녹 덩어리와 각종 이물질이 달라붙어 있다. 이날 공사를 진행한 ‘대일누수’ 이진호 실장은 “199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 수도관 중엔 이렇게 심하게 부식된 경우가 흔한데 대부분 아연도강관”이라고 말했다. 아연도강관은 부식에 약한 데다 아연 이온이 수돗물을 오염시켜 백수 현상을 일으키거나 누수 틈으로 유해 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1994년 건축물 수도관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위 사례처럼 수도 계량기부터 수도꼭지까지 이어지는 가정용 수도관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관리하는 ‘상수관로’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에 잇따르는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직접적인 연관성이 거론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이미 25년 전 수도관용으로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된 아연도강관이 여전히 상수관로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부의 ‘2017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상수관로 중 약 3.1㎞, 전국적으로는 832㎞가 아연도강관으로 연결돼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3일 “아연도강관의 경우 서울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다”면서 “실제 매설된 길이는 통계에 잡힌 수치보다 훨씬 길 것”이라고 말했다.

아연도강관과 더불어 주철관도 문제다. 수중 산소에 의해 쉽게 부식이 되는 주철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녹 덩어리가 쌓이면서 녹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기준으로 서울시내에만 246㎞, 전국적으로는 1만3,903㎞에 달하며 송수관이나 배수관, 급수관 등 상수관로의 다양한 단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서울시내에 매설된 아연도강관과 주철관 전체가 이미 내구 연한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주철관의 내구 연한은 30년, 아연도강관은 10년이다. 물론, 내구 연한 초과가 교체를 필요로 하는 정도의 ‘노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부식에 취약한 재질에 사용 가능 연한까지 넘긴 관로를 통해 수돗물을 공급받아야 하는 시민들로선 불안을 떨치기 어렵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문제가 되는 아연도강관과 주철관 일부를 교체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노후 상수도관 교체 공사 현장에서 철거된 노후 배수관 내벽이 붉게 녹슬어 있다. 이 수도관은 1987년에 설치됐다.
동일한 공사 현장에서 새롭게 매설될 배수관이 차량에 실려 있다. 이 수도관은 주철관에 시멘트 라이닝을 입힌 ‘덕타일주철관’으로 주철관에 비해 부식에 강하다.
상수관로는 수돗물의 이동 단계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 취수장에서 정수장까지 연결되는 ‘도수관’과 정수장부터 배수지를 잇는 ‘송수관’, 배수지부터 수용자의 거주 지역까지 물을 보내는 ‘배수관’, 그로부터 수도 계량기 앞까지 연결되는 급수관으로 이루어진다. 각 단계를 거치면서 관로의 직경은 작아진다.

전문가들은 상수관로의 설치 위치나 수온, 유속, 방향 등에 따라 부식 정도가 달라질 수 있고 적절한 청소와 관리를 통해 그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시 역시 노후의 기준을 녹에 강한 재질의 관로로 교체되지 않았거나 누수 등 기능적인 이상이 생겼을 때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상수관이 그동안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어 왔는가에 대한 의문은 오래되지 않은 수도관이라도 관리 부실로 인해 부식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실제 녹이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관 내벽 청소의 경우 일시적으로 생기는 녹물로 인한 민원 발생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도 설치 및 관리를 위한 ‘수도법’에서도 상수관로 청소 및 정비 주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어떤 재질의 관이든 시간이 지나면 오염물질이 자연스럽게 쌓일 수밖에 없는 만큼 국내 상수도관 전체가 녹이 슬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매설 후 30년이 지났다고 무조건 파내는 것이 아니라 관로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보수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한, “수돗물이 공공재인만큼 지자체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상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동네 상수관은 얼마나 늙었을까? 

‘붉은 수돗물’ 사태가 잇따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상수관로는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취수장부터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이어지는 물길이 길고 복잡한 데다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래 된 수도관일수록 부식되거나 오염물질이 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 연수와 수질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시 전체 상수관로 사용 연수 현황.
서울시 자치구별 상수관로 사용 연수 현황.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입수한 ‘2018년 12월 31일 기준 자치구별 상수관로 사용 연수 현황’에 따르면 매설한지 31년 이상 된 상수관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송파구로 30.6%에 달했다. 서울시 평균은 16.5%다. 성북구가 24.5%, 동대문구가 24.3%로 그 뒤를 이었는데, 관로의 실제 길이를 기준으로 따져도 상위 3곳의 순위는 동일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강동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송파구의 경우 강동, 암사 정수장 등이 인접해 있어 타 자치구로 이어지는 대형 관로가 많다”면서 “대형 관로의 경우 노후 속도가 더딘 만큼 교체가 잦지 않기 때문에 사용 연수가 오래된 것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31년 이상 관로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동작(9.8%), 은평(10.8%), 관악(11.1%)구 순이었다.

총 149.7㎞에 달하는 41년 이상 된 상수관로만 따져봤을 땐 영등포구가 18.2㎞로 가장 길었고, 그 뒤를 중구(14.8㎞), 용산구(14.5㎞)가 이었다. 서울시가 노후 기준으로 사용 연수만을 따지지 않는 만큼 올해 안에 교체 예정인 138㎞의 노후 관로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그래픽=강준구 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정예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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