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계의 ‘전설’ 리 아이어코카 전 크라이슬러 회장이 숨졌다. 향년 94세. 미 경제 전문 매체 CN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아이어코카 전 회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아이어코카 전 회장은 파킨슨병을 앓아 왔으며 가족은 합병증이 사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이어코카 전 회장은 1946년 8월 포드에 기술자로 입사해 판매 및 홍보부서에서 자동차 업계 경력을 시작했다. 포드 자동차의 할부 구입 캠페인을 펼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총지배인으로 승진한 뒤 포드 머스탱ㆍ링컨 컨티넨털ㆍ포드 에스코트 등 시대를 앞서가는 자동차를 개발했다. 1970년 12월에는 포드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아이어코카 회장은 일본차 및 유럽차에 대응하기 위한 내수시장용 소형차인 포드 핀토 개발에도 앞장 섰다. 하지만 비용절감을 시도할 때 사고 시의 보상금까지 계산해가면서 연료탱크 보호 장치를 빼 버리는 등으로 안전을 희생하는 바람에, 결국 1970년대 말에 인기를 크게 잃어버린 데다가 거액의 보상을 안기고 평판을 흐리면서 아이어코카는 1978년 7월 포드 창업자의 후손인 헨리 포드 2세와의 의견 충돌로 해고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의 회장으로 취임해, 당시 위기에 빠져 있던 크라이슬러의 회생을 주도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열악한 조건에서 성장한 아이어코카는 자동차 대여업자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자동차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자랐으며 미국 자동차 업계의 한 획을 그은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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