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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에 강제징용 피해자가 급히 상경한 이유는?

입력
2019.07.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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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식 할아버지 “나 때문에 큰 일 벌어져 부담”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앞줄 가운데)씨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일철주금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듣기 위해 법정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앞줄 가운데)씨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일철주금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듣기 위해 법정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징용 판결 후속 조치로 일본 전범기업 자산 압류에 이어 강제 처분 절차까지 이어지자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경제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피해자 개인 소송이 국가 차원 보복으로 이어지면서 일본 기업에 소송을 냈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되레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는 2일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일본의 경제 보복 소식을 듣고 광주에서 급히 상경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승소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다. 이 할아버지는 1997년 다른 피해자 세 명과 함께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낸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2005년 서울중앙지법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에서 연달아 패소하고 대법원에서 한 차례 파기 환송된 끝에 소 제기 13년 만에 1억원 배상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확정 판결이었다.

압류 절차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도 신일철주금이다. 소송 대리인단은 신일철주금과 합의에 실패해 지난해 12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신일철주금이 포스코와 합작해 세운 회사 PNR의 주식 19만4,794주 압류를 신청했고 포항지원은 신청을 받아들여 주식을 모두 압류했다. 신일철주금을 시작으로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에 대해서도 압류 절차와 강제 처분이 진행됐거나 예고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이에 반발하듯 우리나라를 상대로 경제 보복에 나섰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의 조치가 강제징용 판결에서 시작된 보복이라는 생각에 걱정하는 상황이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이 할아버지는 임 변호사를 찾아가 “나 때문에 이렇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부담이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오랜 소송 끝에 결과가 나온 만큼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의사를 드러냈다고 한다. 개인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시작한 소송이 국가적 보복으로 이어진 점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1일 반도체, 스마트폰, TV 제조에 쓰이는 첨단 필수 소재 세 가지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매체 인터뷰에서 "국가와 국가의 신뢰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말해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조치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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