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가 “GATT 11조 위반에 일본 국내법도 어긴 조치”
한국에 대한 사실상 수출 금지 조치를 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수출관리 운영 규칙을 강화한 국내법적 조치이므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통상무역 전문가는 WTO 규칙뿐 아니라 일본 국내법까지 위반했다고 분석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회 변호사는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본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송 변호사는 우선 “WTO 규정 위반”이라면서 “관세를 매기는 방식 외에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금지하고 있는 GATT 규정 11조를 어겼다”고 설명했다.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는 WTO의 관세 및 무역협정을 말한다. 그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식량 부족, 환경 보호, 수출로 재고가 부족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에도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일본 국내법도 위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일본은 한국을 포함, 27개 나라에 대해 무기 등 특정 15개 품목 이외에는 수출국이 전략안보 물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 왔는데 갑자기 한국을 제외한 조치는 일본의 외국환대외무역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안보전략물자가 한국으로 나가는 것이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실질적인 내용, 근거를 내세우지 못했다. 그런데도 한국을 외교안보감시국으로 지정한 것은 법 위반이며 아베의 월권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은 지금도 일본을 외교안보우호국으로 분류하고 있고 ▲최근 남북미 대화를 통해 한국의 안보 위협이 감소하고 있으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여전히 유효하므로 양국간 군사적인 신뢰도 유지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한국을 외교안보감시국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이 일본을 WTO에 제소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송 변호사는 보고 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송 변호사는 “아베의 이번 조치가 월권이고 행정부의 권한 일탈이라는 점을 일본 변호사들과 의논하고 있고, 일본 안에서도 그런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징용문제에 대해 지난달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 만족할만한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한국과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수출관리가 어려워져 제도 운용을 검토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의 경제 제재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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