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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판문점 드라마, 문재인의 오래된 구상

입력
2019.07.0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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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류효진 기자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류효진 기자

빛나는 조연이 없었다면 과연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킨 판문점에서의 김정은-트럼프, 문재인-김정은-트럼프 회동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많은 사람은 이번 회동을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부른다. 절반은 맞는 말이고, 절반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사실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회동 혹은 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오래된 구상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1일에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에 참석해 “진전 상항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 국면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이 만나고 그 다음에 북미가 만나고, 그리고 그 결과가 순조로우면 3자 모두 만나 합의한 내용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실천적인 약속을 완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미 세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종전선언은 본격적인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입구다. 남북-북미-남북미 정상회담이 선순환한다면 종전선언-평화협정-북미수교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정부는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우선 북미 양자 간에 종전선언이 나오길 기대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2.27~28)을 앞둔 시점에 이런 기대감은 당시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는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 그것은 알 수가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종전선언이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어떠한 형태도 우리 정부는 환영이고, 북미 종전선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북미 간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에서의 이견으로 점점 멀어져 갔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일관된 요구사항이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청산하는 첫걸음으로 종전선언을 간주했던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G20에 참석하는 길에 한국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배경도 문재인 대통령의 오래된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교착 국면을 조기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북미 정상 간 다시 만날 기회를 만드는 게 필요했다.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장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가능한데도 트럼프 대통령을 따로 초청한 것은 DMZ 방문 등 별도의 일정을 구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 도출을 하지 못하자 4월 11일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이때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톱다운 방식’에 공감대를 마련하고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공감 △트럼프 대통령 방한 초청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 확인 등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 방한해 줄 것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에 사의를 표했다. 당시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 확보 △‘스몰 딜(small deal)’ 여지 마련 등 미국 측의 진전된 입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사전적 중재 노력들과 남북미 세 정상 간의 신뢰, 트럼프 대통령의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발상,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용단 등이 합쳐져 이번 판문점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북미 두 정상은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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