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금융시장 전면 개방

중국이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내년부터 금융서비스업의 외국인 지분 제한을 완전히 철폐한다. 금융 체질을 개선하고 적극적인 시장개방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한편,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증권, 선물, 생명보험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 제한을 2020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외국인이 중국에서 100% 지분을 보유해 중국 정부의 간섭 없이 온전히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생명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당초 중국은 2021년을 목표로 이를 추진해 왔지만, 리 총리의 이번 깜짝 발표로 일정이 당겨졌다. 중국은 지난 5월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을 완전히 철폐한 반면, 증권ㆍ보험사의 경우에는 지분 한도를 51%로 제한해 왔다. 다만 중국 정부가 설립 허가를 미루는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행정조치로 발목을 잡을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리 총리는 일정을 앞당긴 배경에 대해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을 멈추지 않겠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자동차 등 제조업과 통신업 분야에도 외국인의 지분 한도를 완화해 가겠다”고 역설했다. 또 “중국은 모든 분야에서 변함없이 개방을 촉진할 것”이라면서 “외국인 투자에 더 개방적이고 투명해지면서 예측이 가능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외국인 기업 투자 금지ㆍ제한 업종(네거티브 리스트)을 기존 48개에서 40개로 줄이며 개방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리 총리는 “세계 경제 영향으로 중국 경제가 새로운 하강 압력에 직면했다”고 우려하면서도 “경기부양 목적으로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매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을 본따 매년 여름 다롄과 톈진(天津)을 오가며 하계 다보스포럼을 열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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