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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치밀한 경제보복에 한국은 신중 모드… ‘창과 방패’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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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치밀한 경제보복에 한국은 신중 모드… ‘창과 방패’ 온도차

입력
2019.07.02 21:00
수정
2019.07.03 09: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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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시간표 맞춰 추가보복 예고… 정부 “상황 보며 대책 연구” 동원할 외교해법 많지 않아 고심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따른 최근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 보복이 치밀한 준비 끝에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처는 너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분간 냉각기를 겪더라도 더 이상 외교 당국이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일본은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직접 나서 요미우리(讀賣)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 보복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한 데 이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브리핑에서 ‘신뢰관계 훼손’을 거듭 거론하며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앞서 일본 여당 우익 진영에서 강경 기류가 형성된 게 이미 올 2월이었다. 이후 3월 의회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관세 인상과 송금 규제, 비자 발급 정지 등 구체적 보복 조치가 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참의원(상원) 선거(21일)를 앞두고 부실한 외교 성과 탓에 궁지에 몰린 아베 정부가 황급히 보복 카드를 꺼내 들었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시간표에 따라 차곡차곡 대응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는 아직 없는 상태다.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 발언도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이야기 일색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국가 간의 문제라 더더욱 그렇다”며 이틀째 신중한 기조를 이어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날 열린 국제회의 오전 세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교부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상황을 보면서 (대책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고만 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에서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나온다면 (우리 정부도) 거기에 대해 가만 있을 수는 없다”고 호언했던 때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뉘앙스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판결 직후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대응 시나리오도 다각도로 검토했다. 곧바로 보복 조치를 내놓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당황한 기색은 역력하다. 예고 없는 기습이었던 데다 보복 강도(强度)마저 최고 수준이어서다.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이 임박했을 때쯤에야 일본 정부가 움직이리라고 외교부는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형편을 감안해도 정부가 안이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대통령의 (반일) 의지가 강하면 설득해야 하는 게 총리와 외교장관일 텐데 그러지도 않고 현안 대응을 차일피일 미루다 뒤통수를 맞았다”고,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도 “예고된 공세였는데도 정부의 다음 스텝이 안 보여 황당하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경제 분쟁 조정 절차를 밟는 것과 별개로 대일(對日) 촉구ㆍ항의 같은 원칙적 대응 외에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외교 수단은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인식이다. 다만 지난달 제안한 ‘한일 기업 공동 기금안’을 구현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 대일 설득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국내적으로 한국 기업과 피해자 그룹을 만나 재차 일본에 제안할 우리 정부 배상안의 내용을 사전 조정하는 한편 비용을 가늠할 수 있는 청사진도 그려줘야 합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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