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협상 논란, 취임 두달 만에 위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요즘 공식 석상에서 거의 웃지 않는다. 국회 정상화 협상 논란으로 취임 두 달 만에 위기를 맞은 탓이다.
청와대 표 정책을 실행할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정권 성공의 동력을 만드는 것은 ‘여당 원내대표’의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민주당과 개혁입법연대를 결성했던 민주평화당ㆍ정의당이 ‘공조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여권이 추진하는 개혁ㆍ민생법안 처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을 달래 국회 이탈을 막는 동시에 개혁입법 연대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떠안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ㆍ정동영 민주평화당ㆍ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해고’한 민주당을 비판했다. 사실상 이 원내대표가 표적이었다. 야 3당 대표들은 “민주당이 한국당에 정개특위를 넘겨 주면 공조가 파탄 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개혁 제로 정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북한 목선 입항 사건 국정조사까지 들고 나와 이 원내대표를 궁지로 몰고 있다.
정치권엔 국회 정상화를 둘러싼 여야 간 극심한 충돌의 원인 중 하나로 ‘포용력이 충분하지 않은 이 원내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을 꼽는 시각이 있다. 그가 한국당의 국회 복귀에만 신경을 쓴 탓에 다른 야당들과의 소통이 미흡했고, 그 결과 갈등이 커질 대로 커졌다는 것이다.
‘강성’인 이 원내대표가 전투력의 완급을 유연하게 조절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당내에서 비토 당해 수세에 몰린 나 원내대표를 이 원내대표는 있는 대로 몰아붙였다. 때문에 “여당 원내대표보다는 야당 원내대표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내에선 이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일부 있다. 한국당을 한껏 몰아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회 특위 배분 등을 둘러싼 협상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원내대표가 어려운 여건에서도 노력하는 건 인정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합의가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치개혁특위ㆍ사법개혁특위 위원장 배분 문제는 이 원내대표의 리더십 평가를 가를 중대 계기로 꼽힌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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