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의 판문점 합의에 따라 북한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상이 이달 중순 재개된다. 차기 북미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협상 주체는 북한과 미국이지만 우리 정부도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향후 상황별 전략 마련과 배전의 외교력 발휘가 긴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을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평화시대의 시작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미 정상이 특별한 경호 없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나든 사실을 대화의 토대로 삼는다면 훌륭한 결실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번 판문점 회동이 사실상의 종전선언이었고, 북미 정상 간 신뢰 구축이 대화 재개의 밑바탕이었음은 분명하다.
사실 북미는 공히 대화 재개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연말 시한으로 미국에 셈법 변화를 요구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간이 갈수록 정치적 부담이 가중됐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 해결의 진전이라는 외교적 성과가 절실했다. 양측 모두 실무협상에서의 진전 여부와 무관하게 상대를 협상장에 앉혔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난을 감수해가며 판문점 회동을 성사시켰지만 북미 실무협상의 진전은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다.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입구이고 그 시점에 대북 제재 완화도 가능할 것이란 문 대통령의 제안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 북한에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미국에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설득하면서 실질적인 3자 대화 효과를 거둬야 한다. 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주요 관련국들과의 협력도 필수다.
문 대통령은 이번 판문점 만남을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로 규정하며 북미 비핵화 대화가 기존 외교문법에 얽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발휘할,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외교적 상상력’을 기대한다. 그래야만 문 대통령이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상식 밖의 주장임을 증명하면서 더 이상의 국론 분열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