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소요 추진 행사… “무력 과시ㆍ재선 캠페인용”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수도 워싱턴 DC에서 ‘사상 최대 행사’를 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대규모 군사 장비가 동원된 열병식이 열릴 예정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중 연설에 나설 계획이지만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의 열병식을 연상케 하는 데다, 비당파적 국가 행사를 선거 유세용으로 쓴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미국에 대한 경례(A Salute to America)’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독립기념일(7월 4일) 행사를 위해 탱크와 장갑차를 행사 주요 무대인 내셔널 몰에 배치하라고 국립관리청(NPS)에 요청했다. 내셔널 몰은 국회의사당과 링컨기념관 사이의 조경 공원으로 워싱턴 기념탑과 박물관 등이 밀집된 명소다.
이번 행사에 동원되는 군 장비는 미 육군의 주력 탱크인 ‘에이브럼스 M1 탱크’와 ‘브래들리 장갑차’ 등이며 모두 6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쓰이는 제트기와 해군 곡예비행단인 ‘블루에인절스’도 축하 비행 퍼포먼스를 보일 예정이다. 예년의 독립기념일 행사라면 성대한 불꽃놀이와 콘서트가 열리는 정도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링컨기념관 계단에서 대중 연설도 할 계획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열병식 개최 소망’은 오래됐다. 취임 초인 2017년 7월 프랑스 방문 중 파리 열병식을 참관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본 최고의 열병식 중 하나”라고 감탄하며 귀국 후 국방부에 열병식 추진을 지시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11일 재향군인의 날 행사 때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기해 열병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각종 논란에 개최 3개월을 앞둔 8월 국방부는 “내년에 기회를 찾아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행 의지로 마침내 올해에는 열병식이 열릴 예정이지만, 비판은 여전히 거세다.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지시가 있었을 때도 군 고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런 행사가 권위주의 국가들의 대규모 열병식을 연상시키는 데다, 이미 압도적인 군사 강국인 미국이 굳이 무력을 과시해 북한과 중국 등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냉전 시대나 1991년 걸프전 승리 기념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열병식 개최를 피해 왔다고 WP는 지적했다.
2020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만큼 시기도 공교롭다. NYT는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적 행사를 자신의 재선 캠페인 용도로 쓴다며 비판한다고 전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 대표를 비롯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십 년간 비당파적ㆍ비정치적이었던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공공 비용을 들여 선거 유세를 고려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뜻을 서한에 담아 보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실제 소요되는 비용은 1,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열병식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11월 추진 당시 미 언론들은 최대 9,200만달러(약 1,074억원)가 소요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비용 문제 외에도 무거운 탱크를 옮기는 데 드는 인력 문제, 열병식으로 인한 교통 마비와 행사 이후 도로 복구 작업 등의 골칫거리도 남아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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