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시급)을 제시했다. 사용자 위원 전원(9명)이 또다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전원회의에 불참했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심의를 더 미룰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한쪽 당사자들(사용자 위원)이 없이 심의를 시작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사용자 위원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2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임위 제7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9명)은 내년 최저임금액 최초 제시안으로 올해(8,350원)보다 19.8% 인상한 1만원을 제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총 209만원(주 40시간, 월 209시간 일한 기준)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인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적정 시급은 1만원”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자 위원들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함께, 한국 경제의 중추로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해 막대한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있는 재벌 대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 비용을 함께 분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갈등 구도에서 벗어나, 과감한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소상공인의 임금 지급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2016년 최저임금 심의 때부터 매년 최저임금 1만원을 최초안으로 제시했다. 2019년 최저임금 최초제시안만 1만790원을 제시했는데,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복리후생비 등이 최저임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실질 임금이 내려간다는 이유였다.
물론 노동계가 주장한 1만원안이 그대로 의결되긴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파르다는 의견이 제기된 최근 2년간도 인상률은 각각 16.4%(2018년), 10.9%(2019년)였고, 국회나 정부 등에서 연초부터 속도조절론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용자 위원들은 이날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하지 않았으나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간극이 클 경우 공익위원들이 이를 조정해 안을 내 표결에 붙이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는 공익위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위원들이 지난달 27일에 이어 2회 연속 전원회의에 불참해, 최임위는 정족수와 상관없이 안건 의결을 할 수 있게 됐다. 경영계가 최초 제시안을 내놓지 않더라도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만 참석해 최저임금을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위원도 불참 입장만 고수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