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공사, 열수송관 기대수명 조작”… 감사원 적발
‘땅 밑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지하 매설 열수송관의 상당수가 손상 여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지역난방공사(난방공사)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탓이다. 20여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언제, 어디서든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난방공사는 열수송관 내부에 감지선을 설치해 손상ㆍ누설 등 이상 신호를 전송 받는데, 감지선 절단 등 시스템 이상으로 무방비 상태인 열수송관이 올해 3월 현재 전국 8,623개 구간 중 2,245개 구간(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열수송관 안전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한 감사원은 “열수송관이 제 때 보수도 할 수 없는,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1993년 이전에 설치된 노후 열수송관은 감시 누락율이 49%(3,919개 구간 중 1,908개)에 이르며, 이 중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난방공사가 열수송관 기대 수명 조사 결과를 조작한 사실도 적발됐다. 난방공사는 2010년 독일의 한 연구소에 열수송관 샘플 24개를 보내 수명 평가를 의뢰했다. 이중 11개의 기대 수명이 40년 이하로 드러났고, 일부는 2018년 이전에 수명이 끝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난방공사는 평가 결과를 조작해 “전체 샘플의 기대수명이 40년 이상”이라고 내부 보고했다. 결국 2014년 정부의 열수송관 중장기 유지ㆍ관리 계획에 노후 열수송관 교체 방안이 제대로 담기지 못했다. 난방공사가 ‘지하 시한폭탄’을 제거하기는커녕 고의로 방치함 셈으로, 백석역 사고가 인재였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감사원은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난방공사에 대한 지도ㆍ감독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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