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기존 2.6~2.7%에서 0.2%포인트 낮춰… 수출 증가율은 8.2%p나 내려
“글로벌 경기둔화에 반도체 회복 더딘 영향… 추경 통과 늦어지면 더 낮아질 수도”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잇단 성장전망 하향조정에도 홀로 꿋꿋이 버티던 정부가 결국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춘 2.4~2.5%로 조정했다. 미ㆍ중 무역갈등과 그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등 예상보다 대외여건이 더 악화되면서 수출과 투자가 계속 부진한 영향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20만명으로 상향
정부는 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지난 1일 사전 브리핑에서 “대외여건 악화로 투자ㆍ수출이 어려워졌다”며 “5월 산업활동동향, 6월 수출입동향까지 반영한 예측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제기구 등의 전망 등을 참고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6%까지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와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을 각각 20만명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전망했던 2.6~2.7%보다 낮아진 것으로, 그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세계경제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산업구조 탓에 반도체 가격 하락 및 업황 전망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는 물론, 내수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반도체의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회복이 예상됐으나 중국 경기둔화와 글로벌 서버투자 지연 등이 업황 회복에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수출은 7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실제 2017~18년 우리나라 평균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5%를 기록했고 특히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은 42.7%에 달했다.
◇반도체 부진 직격탄에 수출 전망도 마이너스
그러나 올해 1~5월은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9%나 하락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율을 마이너스(-) 7.4%로 떨어뜨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전체 수출도 지난해 대비 5.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정부의 올해 수출 전망치가 3.2% 증가였음을 감안하면 6개월만에 무려 8.2%포인트가 낮아진 셈이다.
투자부진도 심화되고 있다. 설비투자는 작년 2분기 4.3% 감소를 시작으로 3분기 9.4%, 4분기 5.3%에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무려 17.4%나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지난해 2분기 -2.5%, 3분기 -8.7%, 4분기 -5.7%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7.2% 줄면서 반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부정적 여건들을 감안해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이마저도 달성 가능한 수치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와 무디스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가 올해 2.0~2.3% 성장할 가능성도 점치는 상황이다.
또 기대치를 낮춘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도 국회 통과가 지지부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이달 중으로 통과하고 각종 정책적 요소가 제대로 뒷받침된다는 전제로 제시된 수치다. 방 차관보는 “민간 연구기관 등이 제시한 낮은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의 정책적 효과가 배제된 것으로 추경과 각종 세제지원, 투자프로젝트 등이 추진되면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만약 추경 통과가 늦어지면 제시한 전망치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경제활력 보강 및 리스크 관리 강화 △경제 체질개선과 미래대비 △포용성 강화 등 3대 정책방향과 10대 중점 관리과제를 중심으로 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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