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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파문’만 없었다면… 추락하는 한화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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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파문’만 없었다면… 추락하는 한화의 한탄

입력
2019.07.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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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한화 제공
이용규. 한화 제공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 야구’를 경험한 한화가 올 시즌엔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45경기를 치른 5월 18일까지만 해도 22승23패로 중위권 싸움을 했지만 그 이후 35경기에서 10승25패로 바닥을 찍었다. 1일 현재 9위로 최하위 롯데와 격차는 0.5경기에 불과하다.

투타 모두 침체에 빠졌지만 타격이 더 큰 문제다. 팀 타율(0.252)과 출루율(0.329)이 모두 꼴찌다. 타격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용덕(54) 한화 감독이 구상했던 타선이 외야수 이용규(34)의 갑작스러운 트레이드 요청으로 인해 어긋나면서 꼬였다.

2018년 부임 첫해 한화를 3위에 올려놓은 한 감독은 올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중 일찌감치 베스트 라인업을 공개했다. 1번 정근우(중견수)-2번 송광민(3루수)-3번 제러드 호잉(우익수)-4번 김태균(지명타자)-5번 이성열(1루수)-6번 하주석(유격수)-7번 정은원(2루수)-8번 최재훈(-포수)-9번 이용규(좌익수)로 이뤄진 타선이다.

핵심은 9번 이용규였다. ‘강한 2번’을 선호하는 한 감독은 타순이 한 바퀴 돌면 9번 이용규와 1번 정근우가 테이블 세터 역할을 하고 2번 송광민이 찬스에서 해결하는 그림을 그렸다. 또 성적과 리빌딩을 지난 시즌처럼 동시에 잡기 위해 주전 2루수에 정은원을 두고, 국가대표 2루수 출신 정근우를 중견수로 돌렸다. 포지션 이동에 따라 기존 중견수 이용규는 좌익수로 옮겼다. 측면 외야수는 휘어지는 타구가 많아 정근우보다 이용규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한 연습경기에서 한화는 삼성에 15-2 대승을 거뒀다. 당시 한 감독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구단 관계자도 “타선에 힘이 느껴진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용규는 캠프 종료 후 한 감독과 구단에 난데 없이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9번 좌익수’라는 기용 방식에 불만을 느낄 수 있지만 이 사실을 직접 외부에 알려 파문은 커졌다.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이용규에게 한화는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렸다.

주전 선수가 개막 직전 트레이드를 요청한 전례 없는 사건에 한화 외야진은 비상등이 켜졌다. 내야수 이성열에게 외야 훈련을 시키고 장진혁, 김민하, 양성우 등 백업 자원을 기용했지만 구멍 난 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감독은 “작년엔 1루수로 고생했는데, 올해는 외야수 때문에 고생한다”고 씁쓸해했다. 한화 구단 내부에서도 “이용규 문제가 없었더라면 타선이 이렇게까지 안 됐을 텐데”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외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시즌 초반 십자인대 파열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주축 타자 호잉과 송광민, 이성열, 김태균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 한화는 가을 야구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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