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들이 부모 상중에도 대본을 쓰고 응급실에서도 자막을 뽑는 사례는 종종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대단히 빈번하죠.” (이미지 방송작가유니온 위원장)
근무 환경이 열악하기로 손꼽히는 방송가도 7월부터 주52시간 근로시간제가 적용됐다. 하지만 오히려 한숨이 늘어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방송작가’들이다.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을 맺는 방송작가들은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법적인 노동자가 아니다. 기본 노동권 보장 사각지대에 자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52시간 근로제 역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근로시간 외 정규직의 업무를 대신 떠맡을 처지에 놓였다는 토로가 나온다.
이미지 방송작가유니온 위원장은 2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에 대해 “지금 방송 제작 환경이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고 근무인력들을 대거 확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방송사들이 정규직의 근무시간들을 줄이면서 프리랜서들에게 (업무를) 전가시킬 위험성이 상당히 많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례업종으로 유예됐던 방송사 주52시간 근로가 적용되면서 방송사의 정규직 기자ㆍPD들이 이를 지키기 위해 퇴근하면, 그들의 빈 자리를 방송작가를 비롯한 비정규직 스태프들이 메워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 위원장은 특히 “PD와 작가의 방송 제작 관련 업무와 역할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52시간 근로제 실시 시) 방송작가들에게 이 같은 피해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방송작가들이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지만 사실상 방송국에 종속된 정규직과 다름없는 업무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방송작가들에게 고용과 관련해서 프리랜서란 단어는 좀 실제적으로 다르다”면서 “예를 들어 보도 프로그램 만드는 방송작가의 경우 기자, PD와 함께 협업체계에서 일정 시간에 출근해 일정 장소에서 일한다. 그런데 왜 (작가만)프리랜서여야 하는가”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가 올해 5월 전국의 방송작가 580명을 상대로 실시한 ‘2019년 방송작가 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3.4%(542명)가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됐지만 72.4%(420명)가 방송사나 외주제작사에 출퇴근을 하는 상근 형태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보험 등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위원장은 “당연히 4대보험이나 유급휴가가 없고, 출산휴가도 전혀 없다”며 “대다수 방송작가들이 여성인데, 방송작가들은 출산 자체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출산해 육아하면서 아이를 키우면 방송작가라는 경력이 아예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작가도 ‘근로계약’을 강제하는 정부의 조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영화계에서는 표준 근로계약서가 법적으로 의무화됐지만 방송계는 권고사항일 뿐 의무는 아닌 상황이다. 그는 이어 “고용노동부가 방송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감독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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