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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도시 장항에서 춘장대해변까지…서천 바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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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도시 장항에서 춘장대해변까지…서천 바다 여행

입력
2019.07.02 18:03
수정
2019.07.0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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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송림 위 스카이워크ㆍ마량리 동백나무숲ㆍ노을 고운 홍원항

장항의 옛 미곡창고 외벽에 ‘6080 음식골목’을 주제로 한 타일 장식이 화려하다. 옛 장항역을 개조한 ‘도시탐험역’에 가면 무료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서천=최흥수 기자
장항의 옛 미곡창고 외벽에 ‘6080 음식골목’을 주제로 한 타일 장식이 화려하다. 옛 장항역을 개조한 ‘도시탐험역’에 가면 무료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서천=최흥수 기자

충남의 맨 끝자락, 서천의 바다는 장항에서 거슬러 오른다. 장항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금강 하구 갈대밭을 매립해 세운 근대 도시다. 비철금속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장항제련소 굴뚝은 한때 산업화의 상징이었다. 바닷가 바위산에 우뚝 선 굴뚝은 나태주의 ‘막동리를 향해서’, 안도현의 ‘금강하구’ 등 문학 작품에도 등장한다.

◇공업도시ㆍ해안도시ㆍ맛의 도시 장항

대한민국 근대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도시, 장항 여행의 중심은 군산과 마주 보고 있는 물양장이다. 소형 선박이 접안하는 부두라는 의미의 일반명사 ‘물양장’이 장항에선 장항 포구를 의미하는 고유명사다. 썰물 때면 물고랑을 형성한 질펀한 개펄 위에 작은 어선들이 옹기종기 얹혀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장항도시탐험역(옛 장항역)까지 도시의 옛 모습을 추억하는 공공미술프로젝트 ‘장항역 가는 길’ 거리 작품과 ‘6080 음식골목 맛나로’가 연결돼 있다.

장항 물양장 앞바다의 물이 빠지자 어선이 갯벌에 얹혀져 있다. 다리를 건너면 군산이다.
장항 물양장 앞바다의 물이 빠지자 어선이 갯벌에 얹혀져 있다. 다리를 건너면 군산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장항역 가는 길’ 설치 작품. 근대화의 한 축을 담당한 공업도시 장항을 추억하는 작품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장항역 가는 길’ 설치 작품. 근대화의 한 축을 담당한 공업도시 장항을 추억하는 작품이다.
단순한 문구 하나가 가슴을 적신다.
단순한 문구 하나가 가슴을 적신다.
옛 철길 주변에 장미넝쿨이 흐드러져 있다.
옛 철길 주변에 장미넝쿨이 흐드러져 있다.

물양장 건너편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은 미곡창고를 개조한 시설로 카페와 인형극장,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이 입주해 있다. 장항읍내에는 이곳 외에도 24개의 미곡창고가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만 속이 빈 채 남아 있다. ‘창작공간’에서 해안도로 담장과 옛 철길을 따라가며 장항을 상징하는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돼 있다. 먼저 삽과 톱니바퀴로 장식된 담장을 따라간다. 바로 옆에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를 개사한 ‘늙은 노동자의 노래’가 시처럼 쓰여 있다. 공업 도시이자 근대화를 주도한 노동자의 도시, 장항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이다.

철길로 접어들면 해안 도시의 서정을 일깨우는 장식이 이어진다. ‘강과 바다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 곳’이라든가, ‘서해 바다는 노을이 참 곱다’ 등 단순한 문장이 주는 여운이 깊다. 철길 주변에는 무더위를 이기지 못한 장미 넝쿨이 시들어 가는 붉은 꽃잎을 매달고 있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건널목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도심 전체가 평지이고, 차가 많지 않은 이유다. 옛 장항역을 개조한 ‘도시탐험역’에 가면 여행자도 무료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도시탐험역은 주민들을 위한 공연ㆍ전시 시설이자 여행객의 쉼터다.

자전거를 탄 주민들이 열차가 다니지 않는 철도 건널목을 지나고 있다.
자전거를 탄 주민들이 열차가 다니지 않는 철도 건널목을 지나고 있다.
옛 장항역을 개조한 도시탐험역. 문화 전시 공간이자 여행자의 쉼터다.
옛 장항역을 개조한 도시탐험역. 문화 전시 공간이자 여행자의 쉼터다.
‘6080 장항 음식골목 맛나로’ 거리 메뉴판. 20여개 식당이 참여하고 있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6080 장항 음식골목 맛나로’ 거리 메뉴판. 20여개 식당이 참여하고 있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물양장 맞은편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 미곡창고를 개조한 건물이다.
물양장 맞은편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 미곡창고를 개조한 건물이다.

도시탐험역 앞 골목에는 장항의 성장과 함께해 온 오래된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그 구역을 묶어 ‘장항 6080 음식골목 맛나로’라 이름 붙였다. 6080은 60대부터 80대까지 ‘어르신’과, 1960~80년대에 출생한 이들의 입맛에 맞췄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20여개 식당이 꽃게, 홍어, 조개, 박대, 주꾸미 등 서천 바다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과 농산물을 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차려내니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하늘을 가린 솔숲과 바닥을 덮은 맥문동이 조화를 이룬 장항송림.
하늘을 가린 솔숲과 바닥을 덮은 맥문동이 조화를 이룬 장항송림.
장항송림 위 스카이워크.
장항송림 위 스카이워크.
발 아래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발 아래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장항읍내에서 약 4.5km 떨어진 바닷가의 장항송림은 서천의 대표 관광지다. 드넓은 해변을 1km 넘게 빼곡한 솔숲이 감싸고 있다. 하늘을 가린 검푸른 소나무와 바닥을 뒤덮은 녹색 맥문동이 무더위를 한결 누그러뜨린다. 산책로 어디서나 바닷바람과 솔바람이 시원하다. 송림 위를 통과해 바다로 뻗은 스카이워크를 걷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단단한 모래 해변이 갯벌로 이어지는 모습, 그 너머로 드넓게 펼쳐지는 서해바다로 해가 떨어지는 풍광이 일품이다. 높이 15m, 길이 250m 스카이워크 끝부분은 ‘기벌포해전’ 전망대라 이름 붙였다. 기벌포해전은 660년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백제를 물리친 국제전이었다. 이 싸움에서 진 백제는 사비성을 내주고 끝내 멸망한다. 기벌포는 금강 하구의 옛 이름, 백제의 입장에서 금강과 서해는 항상 애잔하다.

◇노을 감성…마량포구~홍원항~춘장대해변

서천 바다 북쪽은 마량포구에서 춘장대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마량포구는 바다로 툭 튀어나와 해상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한적한 어촌이다. 최근 한국 최초로 성경이 전래된 곳이라 알려지면서 순례객의 발길이 잦다. 조선 후기 1816년(순조 16) 이곳에 일시 정박한 영국 함선 알세트호의 선장 머리 맥스웰 함장이 마량진 첨사 조대복에게 성경을 전달한 곳이라 한다. 이를 기념해 200주년인 2016년 포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성경 전래지 기념관’을 건립하고, 바닷가에 기념비와 범선 조형물을 설치한 야외 기념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방파제에는 알세트호와 함께 온 리라호 선장 바실 홀이 지은 ‘조선 서해안과 유구 여행기’의 삽화를 재현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량포구 방파제에 처음 처음 성경이 전해진 과정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량포구 방파제에 처음 처음 성경이 전해진 과정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량포구의 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 기념탑.
마량포구의 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 기념탑.
성경 전래지 기념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내부의 십자가 장식이 비친다.
성경 전래지 기념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내부의 십자가 장식이 비친다.

포구에서 나와 북측으로 조금 이동하면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마량리 동백나무숲이다. 동백꽃은 5월을 절정으로 모두 떨어졌지만, 반들반들 푸른 윤기를 뿜는 동백숲은 언제나 청량하다. 언덕 꼭대기 동백정에 오르면 서해에서는 드물게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바로 앞에 떠있는 무인도(오력도)와 어우러진 일몰 풍경이 특히 일품이다. 다만 동백 숲 바로 뒤에 화력발전소가 있고, 해변 위쪽에 이를 대체할 새 발전소를 짓고 있어 드나드는 길이 어수선하다.

마량리 동백나무숲의 동백정에서 본 풍경. 바로 앞 오력도 부근으로 떨어지는 석양이 일품이다.
마량리 동백나무숲의 동백정에서 본 풍경. 바로 앞 오력도 부근으로 떨어지는 석양이 일품이다.
마량리 동백나무숲. 꽃은 다 졌지만 푸르름은 그대로다.
마량리 동백나무숲. 꽃은 다 졌지만 푸르름은 그대로다.

동백나무숲에서 조금만 가면 홍원항이다. 사각 방파제로 둘러싸인 포구에 수십 척의 어선과 낚싯배가 나란히 정박해 있다. 그만큼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포구의 서정을 즐기려는 여행객은 북측 방파제를 걷는다. 오른쪽은 호수처럼 잠잠한 포구, 왼쪽은 노을이 아름다운 바다다. 특출한 장식 없는 평범한 포구 풍경이 깊은 잔상으로 남는다. 긴 방파제 끝에 낚시터로 이용되는 철제 다리가 연결돼 있다. 발 아래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아찔하다.

낚싯배가 정박해 있는 홍원항.
낚싯배가 정박해 있는 홍원항.
홍원항 방파제 끝에 철제 기둥 낚시터가 조성돼 있다.
홍원항 방파제 끝에 철제 기둥 낚시터가 조성돼 있다.
서천을 대표하는 춘장대해수욕장.
서천을 대표하는 춘장대해수욕장.
갈매기 장식의 샤워 시설 뒤로 해가 지고 있다.
갈매기 장식의 샤워 시설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서천 여행 지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서천 여행 지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홍원항은 서천의 대표 피서지 춘장대해수욕장과 연결된다. 여느 서해바다와 마찬가지로 춘장대에도 물이 빠지면 모래사장이 끝간 데 없이 펼쳐진다. 모래가 곱고 단단해 단체 여행객이라면 족구나 배구를 즐겨도 좋다. 사정을 아는 이들은 미리 장비를 챙겨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곳까지 들어가 조개를 캐기도 한다. ‘춘장대’라는 특이한 이름 때문에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에 오래된 누대라도 있나 싶은데, 연유를 알고 나면 살짝 당황스럽다. 해수욕장 인근 부지의 70~80%는 지금 고인이 된 민완기씨의 사유지였다. 1981년 서천군이 관광지로 개발할 때 민씨의 호인 ‘춘장’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협의가 돼 해수욕장 명칭으로 굳어졌다.

서천=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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