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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6개월째 0%대 상승... “소비 부진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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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6개월째 0%대 상승... “소비 부진이 원인”

입력
2019.07.02 08:53
수정
2019.07.02 22: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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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6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양파를 고르고 있다. 올해 양파 농사가 유례없는 풍작을 기록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양파를 고르고 있다. 올해 양파 농사가 유례없는 풍작을 기록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년 연속 0%대에 그쳤다. 기름값 하락 및 복지정책 확대의 영향도 있지만, 경기 불황에 전반적인 소비가 부진한 것이 저물가의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에도 무상교육과 전기요금 인하가 예정된 터라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년 만에 0%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4년 만에 물가 6개월 연속 0%대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4.88, 2015년=100 기준)는 1년 전보다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작년 12월 1.3%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 0.8%→2월 0.5%→3월 0.4%→4월 0.6%→5월 0.7%에 이어 6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0%대 상승은 2015년 2월~11월(10개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지난달 저물가는 채소ㆍ석유류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3.2% 떨어지며 전체 물가를 0.14%포인트 낮췄다. 작년 12월(-2.8%) 이후 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다. 채소류 또한 2.5% 하락하며 올해 1월(-2.0%)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상여건이 좋아지며 채소류 출하량이 늘고,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 영향으로 경유ㆍ휘발유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비스물가 상승률도 1.0%에 그쳤다. 지난 4월(+0.9%)과 5월(+0.8%)의 0%대 상승 쇼크에선 벗어났지만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충남 등 일부 지자체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며 학교급식비(-41.4%)가 크게 낮아지고, 정부의 통신비 감면 정책으로 휴대전화료(-3.5%)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세(전세+월세)도 0.2% 하락하며 3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다만 택시비(+15.2%) 시외버스 요금(+13.4%) 등 교통비는 크게 상승해 체감 물가를 끌어올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4년 만에 ‘연간 0%대’ 물가 오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저물가가 지속되는 현상에 대해 “경기부진 여파”라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유류세 인하, 복지 확대, 채소류 가격 하락 등) 공급이나 정책적 요인보단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어드는 수요 측 물가하락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 외에 내구재는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낮은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장 공급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큰 요소를 제거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지난달 0.7% 상승하면서 3월(+0.7%) 이래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1999년 12월~2000년 2월 석 달 간 근원물가가 0%대 상승률을 기록한 이래 최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그친 시점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6년 이래 IMF 당시인 1999년(0.8%)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사태가 터졌던 2015년(0.7%) 두 해뿐이다. 통계청 또한 △9월 무상교육(고등학교 3학년) 실시 △7~8월 전기요금 인하 등에 따라 하반기에도 저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종료(9월) 외엔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0.7%를 제시한 바 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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