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지정생존자' 지진희가 첫 회부터 휘몰아치는 감정 열연으로 70분을 압도했다.
지난 1일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 같은 스케일과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 하모니가 새로운 재미와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날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는 충격적인 사건을 시작으로 유일한 생존자인 환경부장관 박무진(지진희)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정되기까지 긴박하게 흘러간 가운데, 지진희의 실감 나는 연기가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국회의사당이 무너지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환경부장관 박무진(지진희)의 순탄치 않은 일상이 그려졌다. 박무진은 FTA 재협상을 준비하는 회의에서 혼자 미세먼지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치적 감각 제로, 오직 데이터에 의존하는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배기가스를 담은 페트병을 갖고 다니는 등 다소 엉뚱한 매력을 연출하던 그였지만,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는 예리한 반전 면모를 드러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배기가스 규제 완화와 관련한 상대국 측 협상 내용의 데이터 오류를 지적한 뒤 그 근거로 회의 시간에 계산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한 것.
지진희는 정치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환경부장관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를 위임받기까지 불안감에서 혼란, 두려움의 감정으로 번지는 섬세한 완급 조절 연기로 박무진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지진희는 평범한 가장이자 전형적인 과학자, 원치 않는 지도자 자리에 오른 모습까지 캐릭터 박무진 그 자체로서 이야기 안에 녹아들었다. 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완벽히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지진희의 물 만난 연기력이 시청자들을 리드하며 첫 회부터 호평을 자아냈다.
한편, 경비계엄령을 선포함으로써 박무진의 권한대행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차기 대통령 선거일까지 앞으로 60일. 과학자로서의 투철한 마인드, 사리사욕보다 공익을 추구해 정치계의 이단아로 여겨지던 박무진이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돌파해나갈지 궁금하다. 다음 '60일, 지정생존자' 2회는 2일 화요일 오후 9시 30분 tvN에서 방송된다.
강기향 기자 gihyang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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