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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정 대전시장] “인구ㆍ기업 잡아먹는 세종시 블랙홀… 대전에도 혁신도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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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정 대전시장] “인구ㆍ기업 잡아먹는 세종시 블랙홀… 대전에도 혁신도시 절실”

입력
2019.07.04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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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정 대전시장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도 시대 상황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 때문에 대전의 혁신도시 지정은 현재의 도시상황에 대한 검토와 다른 지역과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전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도 시대 상황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 때문에 대전의 혁신도시 지정은 현재의 도시상황에 대한 검토와 다른 지역과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전시 제공

허태정 대전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는 혁신도시에 관해서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하고 혁신도시가 없는 유이(有二)한 자치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두 자치단체장은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일심동체로 움직이며 힘을 합치고 있다. 허 시장과 양 지사는 지난달 17일 함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방문해 혁신도시 지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고, 18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혁신도시 지정과 공공기관 이전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 10곳에 혁신도시를 지정할 때 충남은 세종시가 들어선다는 이유로,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정부대전청사 등이 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세종시 성공을 위한 대의에 따라 혁신도시 제외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두 자치단체는 ‘세종시 블랙홀’ 현상으로 울상이다. 대전시는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며 150만명 선이 무너졌고 기업체들도 공장용지 확보와 세제혜택 등을 찾아 빠져나갔다. 충남도는 2012년 연기군이 세종시로 분리되며 9만6,000여명의 인구와 1조7,900여억원의 지역내 총생산이 줄었다.

대전시와 충남도가 혁신도시 지정에 매달리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허 시장은 “상황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세종시 건설을 받아들일 당시에는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는데 현실은 너무 차이가 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혁신도시 지정을 올해 대전시정의 최대 현안사업으로 정하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허태정(54) 시장을 만나 대전 혁신도시 지정의 당위성과 추진 방향을 들어봤다. 다음은 허 시장과의 일문일답.

-대전시가 충남도와 함께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경을 설명해 달라.

“대전시가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된 이유는 세종시의 배후도시라는 이유가 가장 컸고 정부대전청사와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다는 점 등 여러 조건 때문이었다. 충남도도 세종시가 들어선다는 이유로 함께 제외됐다. 현실적으로 보면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로 지역 균형발전은 물론, 충청권의 전체적인 성장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전시만 놓고 보면 현실은 다르다. 인구는 2014년 153만명에서 지난해 148만명으로 5만명이 줄었다. 이 중 세종시로 빠져나간 인구가 8만여명에 달한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인구가 유입돼 그나마 5만명으로 감소폭을 낮췄다. 이는 세종시 영향이 없었다면 대전시는 인구가 늘어나는 확장도시가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현재 대전뿐만 아니라 지방은 모두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경제적인 어려움만으로 혁신도시 지정을 추진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지역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무엇보다 대전이 혁신도시 건설대상에서 빠지면서 지역출신 대학생들이 취업 기회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지역인재를 30%이상 의무채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대전지역 대학생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대전지역 학생들은 다른 혁신도시지역 학생들과 비교하여 기회의 평등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지역인재 채용 불평등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대전지역에는 18개 대학에서 14만4,000여명이 재학하고 있고, 한해 졸업하는 학생들이 2만6,000여명에 달한다. 혁신도시법 개정으로 수도권에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이 올해 21%에서 내년 24%, 2021년 27%, 2022년 30%까지 확대된다. 지난해 12개 혁신도시로 이전한 109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인원이 1,423명에 달하는데 대전지역 대학생들은 해당이 안됐다. 심지어 인접 세종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의무채용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대전시가 조성하려는 혁신도시는 기존 도시들과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형태인가.

“과거 혁신도시는 신도시를 건설하는 형태였다. 그곳에 수도권소재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산ㆍ학ㆍ연ㆍ관이 협력하여 미래 성장거점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는 기업이나 건물만 들어온다고 되는 게 아니라 종사자와 가족이 이주하고 교육 등 정주여건이 갖춰져야 형성된다. 중소도시 맨땅에 도시를 건설하다 보니 지역인구 증가나 도시 경쟁력 확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우리가 제안하는 혁신도시는 원도심 재생과 접목을 하는 것이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의 원도심 지역에 공공기관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원도심 내 역세권과 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기관을 배치하면 도시재생과 지역개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혁신도시는 세종시에 대한 일종의 반대급부 형식으로 각 지역에 건설한 것이어서 대전시와 충남도가 혁신도시 지정을 받으려면 다른 자치단체의 이해가 필수적일 거 같다.

“그래서 일단 충청권에서부터 큰 틀의 합의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 4개 시ㆍ도지사들이 먼저 의무적인 인재채용 광역화에 합의했고, 세종시와 충북도는 대전과 충남의 혁신도시 지정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시ㆍ도의 이해를 얻는 것은 어려운 과제가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충분히 이해는 시킬 수 있다고 본다. 세종시 건설 당시에는 주변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구유출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혁신도시 지정문제는 현재 다른 시ㆍ도와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바라봐야지 혁신도시법이 제정되던 때를 근거로 해서 논의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것으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허태정(오른쪽) 대전시장과 양승조(왼쪽) 충남지사가 6월1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에서 대전과 충남의 혁신도시 지정 건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허태정(오른쪽) 대전시장과 양승조(왼쪽) 충남지사가 6월1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에서 대전과 충남의 혁신도시 지정 건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혁신도시가 들어선 시ㆍ도들도 ‘혁신도시 시즌2’를 맞아 추가로 유치할 기관 목록 등을 만들고 있어 공공기관 유치가 쉽지 않을 텐데.

“지역인재 의무채용 적용과 달리 혁신도시로 지정받고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문제는 다른 시ㆍ도의 이해를 구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의 반사이익을 얻은 곳이 충청권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가져가야 할 파이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난관이 예상된다. 그래서 다른 시ㆍ도의 이해를 구하는 것과 별개로 일단 혁신도시 지정에 대비하여 유치 가능한 기관들을 살펴보고, 우리와 연관성 있는 기관들을 중심으로 접촉도 하고 있다. 대덕특구 연구기관, 철도관련 유관기관들, 중소벤처기업부 관련 기관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지역 특성과 어울리면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관들을 적극 접촉해 나갈 생각이다.”

-다른 시ㆍ도 설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세종시 건설은 충청권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세종시를 충청권 전체와 묶어서 생각한다면 설득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나 다른 시ㆍ도지사들을 만나 우리의 현실을 설명하면 이해를 한다. 앞으로 시ㆍ도지사회의 등에서 열심히 설명을 해 나가려고 한다.”

-재선 구청장 출신으로 민선 7기에서 시장으로 당선돼 1년이 됐는데 소감은.

“민선 7기는 시민주권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을 하고 정책에 그 의지를 담아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사회적 갈등양상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공론화위원회 등을 만들어 시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매듭을 지었다. 묵은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1년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정구호도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인데 정작 시민들은 시민주권에 대한 체감도가 미흡한 것 같다. 시민주도 행정을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

“시민들의 높은 의식과 실제 참여에는 갭이 있는 거 같다. 시민주권 관련 정책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보기 때문에 더디지만 일관성을 갖고 추진하려고 한다. 공동체 형성과 사회적 기업 지원사업, 분권관련 정책에 대해 공직자들에게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지속적인 추진을 당부하고 있다. 단기적인 성과를 욕심부리지 않고 멀리 보고 진행해 나갈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의 허 시장에 대한 평가가 낮게 나오는데 원인을 뭐라고 보나.

“지지율이 낮은 것을 좋아하는 정치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웃음).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사는 사람들인데 지지율이 높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정책추진과정에서 변화와 혁신 과제는 불가피하게 혼란과 갈등을 수반 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신뢰를 받는 정책을 펼치고 한편으로는 끝없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시장이 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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