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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 ‘반도체 소재’는 시작일 뿐… 통상전쟁 불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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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 ‘반도체 소재’는 시작일 뿐… 통상전쟁 불붙다

입력
2019.07.01 18:37
수정
2019.07.01 21: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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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3개 품목 수출 규제…‘백색국가’ 제외 안보제품 수출 제한 

 징용판결 8개월 만에 갈등 전면전… 정부 “WTO 제소”日대사 초치 

성윤모(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성윤모(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한일 양국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항의 이후 8개월 만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선전포고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의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일본이 수출 규제 강화 분야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의 재검토에 대해’라는 자료를 공개했다. TV와 스마트폰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감광액(리지스트)에 대한 수출 규제를 4일부터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 품목들은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개별적 수출 허가 대상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선 계약 건당 정부의 허가와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9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일본이 세계시장의 70~90%의 점유율을 차지한 품목이라는 점에서 수입 대체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한국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산업성은 또 안보상 우방국가인 ‘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새 제도에 한국이 제외될 경우, 일본 기업이 집적회로 등 안보 관련 제품을 한국에 수출할 때 건 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일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돼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副)장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적절한 수출관리 제도의 운용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WTO 룰에 근거해 실시하는 것인 만큼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WTO 분쟁해결기구 제소 절차. 그래픽=강준구 기자
WTO 분쟁해결기구 제소 절차. 그래픽=강준구 기자

우리 정부는 사전 협의 없는 일본의 기습적인 조치가 WTO 규정에 위반한다는 입장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하여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의 조치는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로,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추어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일본 측 조치를 강하게 항의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에선 △한국 측에 대한 비자 발급 정지 △송금 정지 △관세 부과 △불화수소 등 수출금지 등의 대항조치가 거론해 왔다. 일본 정부는 이 중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돼 온 불화수소 등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선 것이다. 비자 발급 정지와 관세 부과 등은 일본 관광업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미칠 수 있고 상호 밀접하게 연관된 양국 경제에 피해를 입을 수 있어 현실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다. 일본이 화학, 철강, 섬유 소재 분야에서 수출 규제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업계에선 “2차 전지, 의약품 원재료 분야에서 일본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중국 등 타 국가들에서 공급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추가적인 카드를 제시하기 보다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를 어떻게 운용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겨냥해 한국 정부를 선제적으로 압박한 뒤,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측 대응에 따라 기존처럼 유연하게 운용할지 아니면 사실상 금수조치 수준으로 엄격하게 운용할지 결정할 수 있어서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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