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예산 확대 없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빈 껍데기”라고 주장하며 1일 오후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서초구 반포동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집회를 연 이들은 잠수교를 통해 한강을 건너 서울역으로 방향으로 행진했다. 주최 측 추산 이날 집회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약 500명을 포함해 1,500여 명이 참가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주장했다.
전장연은 “이달 1일부터 시작되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로 장애인과 가족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리라는 희망보다 불안과 공포가 여전하다”며 “(장애인에 대한) ‘낙인’과 ‘차별’의 굴레를 철폐해야 하지만 장애등급제의 껍데기만 둔갑하고 차별적 의미와 효과는 그대로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결정한 정부가 장애인 복지예산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애 여부를 국가에 등록할 때 6개 등급으로 나누도록 한 장애등급제를 이날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장애인이 장애 여부를 정부에 등록할 때 중증ㆍ경증으로만 나뉘게 된다.
집회 참가자들은 시설에서 생활하거나 집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보장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우리가 요구한 등급제 폐지인데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고 개인별 지원 정책을 만드는 데 쓸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현실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장연 측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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