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올 2월까지 발표하기로 한 ‘경유차 감축 로드맵’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로드맵에 담길 핵심 정책인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를 두고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서다. 경유세 인상 계획도 기획재정부와의 이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도심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선 완성차 업체가 친환경차를 좀 더 많이 판매하고 소비자들이 저공해차를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환경부 입장과 기업과 경유차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산업부ㆍ기재부 입장이 대립하면서 하반기에도 로드맵 발표는 어려워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경유차 감축 로드맵’을 2월에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산업부와 함께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등이 담긴 경유차 감축 로드맵을 준비 중이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는 완성차 제조ㆍ수입사가 전체 판매 차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저공해 휘발유차ㆍ천연액화가스(LPG)차ㆍ전기차ㆍ수소차 등을 판매하도록 하고, 목표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제도다.
경유차는 인구밀집지역의 주요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꼽힌다. 수도권의 경우 2017년 미세먼지 오염원별 배출 비중 1위가 경유차(23%)였다. 전국 기준으로도 11%로 사업장, 건설기계ㆍ선박, 발전소에 이어 4위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체 차량 등록대수 중 경유차의 비중은 2011년 36%에서 지난해 42.8%로 크게 늘었다. 경유 가격이 싸고 연비가 좋기 때문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도 연초 7%대까지 좁혀졌다가 최근 10% 가까이 벌어졌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감축에 대한 국민 여론을 의식해 서둘러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줄여나가야 하는 산업부로선 저공해차 보급목표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륜민 환경부 대기환경과장은 “경유차 감축 로드맵은 일부 사안에 대해 산업부와 이견이 있어서 협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로드맵 발표 시기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또 저공해차 보급목표제와 친환경차 협력금제를 내년부터 동시에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업계의 반발과 산업부의 반대에 부딪혀 친환경차 협력금제는 로드맵에 담지않기로 했다. 친환경차 협력금제는 대기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대로 경유차처럼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겐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유차 감축 로드맵에서 가장 큰 쟁점은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라며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가 잘못하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어느 정도 규제를 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유차량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경유 가격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경유차량이 주요 생계 수단인 화물업계나 소상공인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륜민 과장은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를 도입한다는 것 외에는 확정된 것이 없고 경유세 인상안이 담기게 될지 여부도 아직은 알 수 없다”며 “로드맵은 관련 부처와 협의가 끝나는 대로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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