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리메이크 ‘60일, 지정생존자’ 1일 첫 방송… “원작과 다르다”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유종선 PD에게선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 없었다. 이 드라마는 2016년부터 미국 ABC와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지정생존자’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지정생존자는 대통령 등 국가 고위 인사들의 집단 유고에 대비해 안전가옥에 머무는 각료를 말한다.
원작은 테러로 미국 연방 행정부 인사와 연방 상ㆍ하원 의원이 모두 사망해, 내각 각료 최하위에 있던 장관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며 겪는 일을 다룬다. 반면 ‘60일, 지정생존자’는 테러로 인한 사망만 같을 뿐, 이후 전개는 전혀 다르다. 유 PD는 “한국과 미국의 헌법이 달라 지정생존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봐달라고 시청자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사당 폭파 이후 권한대행 체제를 다룬 ‘60일, 지정생존자’는 1일 첫 방송된다. 환경부 장관이었던 박무진(지진희)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테러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제작진은 원작 드라마와의 차이점으로 캐릭터를 꼽았다. 미국 ABC의 ‘지정생존자’는 갑작스레 대통령이 된 인물이 진정한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반면 ‘60일, 지정생존자’의 박무진은 자신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회의한다. 유 PD는 “스스로 리더를 자임하지 않는 이가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세상사 아이러니를 극본에 담고자 노력했다”며 “지진희가 이를 온몸으로 표현해줬다”고 말했다. 지진희는 “박무진과 제가 너무 닮아있다”며 “이 캐릭터와 어울리는 배우는 저뿐인 것 같다”고 농담했다.
미국과 다른 한국의 정치 지형도 색다른 요소다. ‘60일, 지정생존자’는 국회의사당 테러 배후가 북한이 아니냐는 의혹과, 이를 반박하려는 이들의 갈등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다만 제작진과 출연진은 현실 정치와의 유사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유 PD는 “원작은 미국의 일이기에 그저 재미로 볼 수 있지만, 한국이라 생각하면 얼마나 절망적이고 공포스런 상황이겠는가”라며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한국이 권한대행 체제였던 적이 있지만, 현실 속 누구에게도 누를 끼치거나 오해를 사지 않게 조심했다”고 덧붙였다.
‘60일, 지정생존자’는 원작의 시즌1이 방영 중이던 2017년 초에 리메이크 논의가 시작됐다. 오랜 시간 기획된 만큼, 촬영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상태다. 유 PD는 “처음 원 제작사에 리메이크 의사를 밝혔을 때, 60일이라는 시간 제한이 있다는 점에 흥미를 보였다”며 “시청자들은 지난달 공개된 원작의 시즌3보다 현재 한국의 외교관계나 민주주의를 더 궁금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60일, 지정생존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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