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보복 판결까지 최소 2년… OLED 등 수출제한 땐 日기업에 단기적 피해 가능
정부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입 제한 조치에 대해 마땅한 대응카드를 찾지 못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을 밝혔지만 최종 판결 도출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려 당장에 실효성이 없는데다, 우리 정부도 대일(對日) 수출 품목 규제에 나섰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일본 조치에 대해 WTO 분쟁해결기구(DSB)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TO 협정이 정치적 사유에 따른 경제보복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WTO 제소를 위해서는 일본의 조치에 대해 당사국 간 양자협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일본에 양자협의를 요청하고 이후 협상이 개시되는 시기까지 감안하면 30일 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우선 양자협의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국제법적인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다.
양자협의가 결렬되면 DSB 1심인 소위원회(패널) 재판이 진행되고, 이후 1심 결과에 한쪽이 불복하면 최종심인 2심(상소기구)에서 최종 결과가 도출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마무리되는 데에 최소 2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 행정부가 WTO DSB 2심 재판관인 상소위원의 선임을 반대해 와 상소기구는 사실상 지금 기능정지 된 상태”라며 “우리 정부의 이번 WTO 제소에 따른 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항해 즉각적인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 소재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 부품 등에 대한 대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단기적으로 일본 기업들에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본의 수출 규제 배경이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있는 만큼 양국 간 정치적 문제를 무역전쟁으로 더욱 비화시키는 조치를 우리 정부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도 “일본에 대한 자동차 부품 수출을 우리 정부가 제한할 경우 신뢰관계가 무너지면서 일본 쪽으로의 수출 선이 향후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일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맞보복 조치는 다 같이 죽자는 의미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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