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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반도체 소재’ 재고 두달치밖에 없지만… 수출 규제 장기화땐 日기업도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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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반도체 소재’ 재고 두달치밖에 없지만… 수출 규제 장기화땐 日기업도 다친다

입력
2019.07.01 17:28
수정
2019.07.02 07:3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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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규제 영향 삼성ㆍSK 등 대체품 찾기 쉽지 않아 긴장 

 한국, 대체 국가 확보 나서면 脫일본 초래 가능성 제기돼 

일본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의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1일 오후 수출상황 점검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의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1일 오후 수출상황 점검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본산 소재를 공급받는 국내 기업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일본산 소재에 대한 국내 기업 의존도가 워낙 높은데다, 짧은 시간 안에 일본산 소재 수준의 품질을 지닌 대체품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업체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한국을 주 시장으로 확보하고 있는 일본 소재 수출 기업이 받는 타격이 크고,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수입해 쓰는 미국과 일본의 글로벌 정보통신(IT)ㆍ전자 업체들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받는 만큼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카드를 장기간 휘두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고 두달치 밖에…생산차질 불가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정책을 수정해 TV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이는 ‘리지스트(감광액)’와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오는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비상 회의를 잇달아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폴리이미드의 경우 중국 등에서부터 대체재 확보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감광액과 에칭가스는 일본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70~90%에 달해 규제 조치가 시행될 경우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에칭가스 등은 국내 기업들도 생산을 하고 있지만 일본산 제품의 품질에 미치지 못해 당장 생산공정에 투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회의를 해봤지만 대체재를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본산 소재의 수입 규제 조치가 얼마나 이어질지 이 경우 반도체 생산을 줄여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논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8월 중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한달 간 일본산 재고량을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세우고 있는 기업도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핵심 소재 재고량이 2~3개월 분은 있어 당장 생산차질이 빚어지진 않겠지만,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재고를 최대한 늘려놓을 계획"이라며 "일본의 수입 규제 조치가 장기화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타격 불가피…수출 규제 장기간 유지 어려워” 

일본의 이번 조치가 한국 기업뿐 아니라 역으로 일본은 물론 미국 기업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장기간 이어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D램 시장의 7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은 일본 소재 수출 기업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일본 정부가 관련 소재 수출을 제한하면 일본 소재 생산 기업들도 그만큼 타격을 받는다는 뜻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 조치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크고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이 대체 국가를 확보하려는 등 ‘탈(脫) 일본’ 움직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사태 장기화로 국내 기업들이 생산차질 문제를 겪게 되면 한국산 반도체 등을 수입해 완성품을 만드는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 ITㆍ전자 업체들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을 줄이면 일본과 미국 기업들도 한국산 반도체를 대체할 공급선을 새로 뚫어야 하는데, 한국 기업들의 생산량을 단시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는 사실상 전무하다. 한국산 반도체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미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미국 정부가 일본에 수입 규제 조치를 완화하라고 압박할 수도 있다.

문병기 무역협회 수석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은 밀접하계 연결돼 있어 어느 한쪽이 피해를 받으면 다른 한쪽도 연이어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기업도 이번 조치로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재고가 소진되기 전에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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