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
“성평등한 노동 시장을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강제하는 ‘아버지 할당제(daddy quota)’를 실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회사를 위한 희생을 요구하는 ‘이상적 노동자상(ideal worker)’이 있는 한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선택’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입니다.”
1일 성평등 주간을 맞아 서울시 초청으로 방한한 조안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여성, 노동, 계급 분야 전문가다. ‘일하는 삶과 법’ 센터의 창립 소장으로, 2017년 펴낸 ‘백인노동계급’은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정말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육아휴직 시 임금 100%를 보전해주는 ‘유급휴가법’과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에 대한 보복ㆍ차별뿐 아니라, 사용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것 역시 불법으로 규정한 ‘가족의료휴가법’을 시행 중입니다.” 윌리엄스 교수는 육아휴직 수당의 임금대체율을 높이고, 육아휴직 사용을 어렵게 하는 일체 행위를 구체적인 조항으로 규정한 법ㆍ제도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아직 ‘이상적인 롤모델’이 아니라는 게 그의 견해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이 보편화된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그렇다. 1993년 아버지 할당제를 처음 도입한 노르웨이는 당시 3%에 불과하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최근 97%에 달한다. 휴가 기간 동안 급여도 전액 가까이 보장한다. 덕분에 어린 자녀를 둔 노르웨이 여성의 83%가 노동시장에 종사한다.
한국은 역시 갈 길이 멀다. 이날 서울시 서북권직장맘지원센터가 직장인 부모 63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5%가 육아휴직 사용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회사 눈치’(30.3%)’, 경제적 부담(21.7%)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른바 ‘남성성 대회(masculinity contest)’로 나타나는 이상적인 노동자상을 꼽았다. 장시간 노동을 불사하고, 그로 인해 가정에서의 돌봄 노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일 우선하기’, ‘잡아먹고 잡아 먹히기’ 등 치열한 경쟁을 요구 받기 때문에 남성들의 육아 참여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여성들을 일터에서 내쫓는 요인으로도 작동한다. “이상적인 노동자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일을 책임지는 양육자나 주부의 지원이 필수입니다. 여성이 이상적인 노동자로 수행한다면 그는 이상적인 어머니가 아닙니다. 여성이 엄마의 역할과 노동을 모두 함께 원한다면 자멸(self-defeating)하게 됩니다.” ‘남성=생계부양자, 여성=양육자’ 모델은 더욱 강화된다. 실제로 미국 조사에 따르면 주 40시간 일하는 남성보다 6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 아내가 전업주부일 가능성이 120% 더 높았다. 상위 1% 남성의 70%는 아내가 전업주부였다.
윌리엄스 교수는 “진정한 성평등을 위해서는 아이가 얼마나 돌봄이 필요한지 사회에서 먼저 평가한 후 가정 내 부모가 평등하게 돌봄 노동을 나눈다는 가정 아래 이를 반영한 이상적인 노동자상을 설계해야 한다”며 “이상적인 노동자는 주 40시간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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