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풀타임 선발 화려함 좇다가 3~5월 평균자책점 6.87로 2군행
“오기 생겨, 열흘 넘게 절치부심” 볼넷도 확 줄며 6월 에이스급 활약
롯데 투수 장시환(32)이 완전히 달라졌다.
3~5월 2승 5패 평균자책점 6.87로 부진해 2군까지 다녀오더니, 6월 한 달 동안 특급 구위를 뽐내며 리그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 6월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1.53이다. 29.1이닝을 소화하면서 이닝당 출루허용률이 1.19밖에 안된다. 유일한 1패(6월 9일ㆍKT전)도 6이닝 동안 1실점(5피안타) 호투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떠안은 것이다. 이후 3경기 연속 승리를 따냈는데, 특히 지난 29일에는 두산과의 대결에서 5이닝 무실점(6피안타) 호투하며 시즌 5승(6패)째를 따냈다. 장시환은 본보 인터뷰에서 “첫 풀타임 선발을 맡으면서 초반 성적마저 좋지 않아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장시환은 성적 부진으로 5월 16일부터 열흘 넘게 2군에 다녀왔다. 장시환은 “지난 가을부터 올봄까지 캠프에서 열심히 준비 안 했다면 스스로에게 화가 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아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삼진 욕심을 버린 것이 주효했다. 장시환은 5월까지 9이닝당 탈삼진이 9.38개나 됐지만, 반대로 볼넷도 5.72개를 내줬다. 하지만 6월의 장시환은 탈삼진은 6.14개로 줄었지만, 볼넷도 3.07개로 눈에 띄게 줄이면서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였다. 양상문 감독은 “시즌 초반 화려한 삼진에 욕심을 냈다”면서 “이제는 탈삼진이 다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깨우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장시환에게 ‘선발’이란 보직은 낯설다. 2016년 KT 시절 약 한달 동안 ‘임시 선발’(7경기ㆍ1승 6패)로 나선 적은 있지만, 프로 데뷔(2007년) 이후 풀 타임 선발로 나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대부분 중간 계투로 나섰다. 장시환은 “5일에 한번 출전 때마다 당일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매일 매시간 변하는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올 시즌 4선발로 시작한 장시환은 이제 외국인 선수 다익손, 레일리와 더불어 확실한 선발 트로이카를 구축하며 롯데의 마운드 운용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마운드에서 여유도 생겼다. 동료들의 실책이 나오더라도 마운드에서 빙그레 웃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장시환은 “투수보다 실책을 한 야수가 더 심적으로 힘들 것”이라며 “수비수들이 실책을 하든 말든 웃는다. 인상 쓴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아내가 인상 쓰지 말고 웃으라고 조언했다”면서 “마운드 위에서 즐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시속 150㎞가 넘는 ‘파이어볼러’지만, 제구가 고질적인 문제다. 그는 “제구가 흔들릴 때마다 외야수 (전)준우형이 유독 큰 소리로 ‘가운데로 집어넣어’라고 소리친다”면서 “마침 그때마다 관중들도 조용해 마운드까지 쩌렁쩌렁 들린다. 아마 팬들도 다 들을 것 같다”며 웃었다.
최고의 한 달을 보낸 장시환은 이제 한여름 본격 무더위에 대비하고 있다. 장시환은 “땀과 열이 많은 체질이라 여름이 최대 고비”라며 “꾸준한 실내 러닝과 열을 내리는 식품을 섭취하는 등 체력 보강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상 없이 꾸준히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는 목표도 내비쳤다. 장시환은 “주형광 투수 코치님이 ‘7이닝을 완전히 소화 못할 거면 앞으로 7회에 안 내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으신다”며 웃었다. 장시환이 올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것은 두 번으로, 한 번은 1아웃을 잡았고, 한 번은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장시환은 “한해 최다 이닝 소화한 해가 75.1이닝(2016년)이다”라며 “올해는 부상 없이 100이닝 이상 던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현재 장시환은 68.2이닝을 소화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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