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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심상정의 울분, 여영국의 탄식

입력
2019.07.01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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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당대표 선거 출마한 심상정, 양경규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당대표 선거 출마한 심상정, 양경규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여영국 의원의 여의도 등단은 참 드라마틱했다. 4ㆍ3 창원성산 보궐선거 결과 그는 내내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에 뒤져 패색이 짙다가 개표가 끝날 무렵 504표 차로 극적으로 역전승해 권영길ㆍ노회찬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진보언론마저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고 대형 오보를 낸 상황에서 이룬 뒤집기였기에, 또 한국당에 떠밀린 벼랑 끝에서 민주당을 구원한 승리였기에 그의 환호는 더 컸다. 2010년 전국 유일의 진보정당 출신 광역 도의원으로 선출돼 홍준표 경남지사와 수시로 맞짱을 뜬 투사라는 사실도 새삼 부각됐다.

□ 이틀 후 그는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섰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단어 하나 하나의 뜻을 음미하며 선서를 하는 동안 그는 노회찬을 떠올리며 진보정치의 완성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다. 내년 4ㆍ15 총선까지 남은 임기가 1년이고 소수 정당의 한계는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자신만은 ‘국가이익’과 ‘양심’을 강조한 선서의 정신을 놓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 전적으로 오판이었다. 여야가 ‘원포인트 합의’를 끌어낸 지난달 28일 그는 84일 만에 여야가 함께 앉은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감회가 남달랐다. 당선증을 받는 순간 임기는 시작된다지만 자칫하면 선서도 못한 ‘홍길동 의원’이 될 뻔했으니 말이다. 선서와 함께 교육위에 배정된 그가 지금껏 한 일은 입법 공청회 참석이 전부다. 그동안 보고 배운 건 패스트트랙 동물국회 소동뿐이다. “이러려고 의원이 되려고 했나”라는 생각에 지역구 주민들을 볼 낯도 없다.

□ 얼마전 원내대변인을 맡은 그는 84일 만의 등원을 반길 수만 없는 처지다. 여야 원포인트 합의가 노회찬의 평생 동지인 심상정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의 ‘해고’를 조건으로 이뤄졌음을 뒤늦게 알아서다. ‘여자 신사’ 심상정이 “한국당의 떼쓰기에 민주당이 원칙 없이 굴복했다”며 울분을 토하고, 국회 주변에서도 “민주당이 나경원을 살리려고 심상정을 버렸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도니 말이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배신의 정치’라고 못박았다. 여영국도 감각적으로 느낀다.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 뭔가 ‘수상한 거래’가 있음을. 무위도식과 후안무치의 국회가 그에겐 참 낯설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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