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지역균형개발에 답 있다
최근 대구 일부지역에서 벌어지는 학교대란은 허술한 관련법과 심각한 지역 내 교육불균형의 합작품이라는 지적이다. 개발 시작 단계에서 학교 수용 계획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지역 내 교육불균형을 해소해 특정지역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학교용지확보법은 종이호랑이
대구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짓거나 할 경우 학교용지 확보 방안 등을 사업계획에 포함시켜야 하고, 학교용지를 직접 확보하거나 부담금을 부과하지만 난개발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새로 짓게 될 가구에서 기존 가구를 뺀 숫자가 300이상이어야만 법적 협의 대상인데다 그 미만인 단지와 오피스텔은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더라도 실효성이 거의 없다. 분양가의 0.8%로 학교용지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구시육청 관계자는 “최근 수성구 일부 지역 개발예정지는 3.3㎡당 1억원에 거래가 됐다고 할 정도”라며 “1,000억원으로도 초등학교 1개 지을 땅을 살 수 없고 설사 돈이 있더라도 지을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청이 ‘배치불가’ 판정을 내려도 300가구 미만이면 관할 지자체는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승인하는 일이 다반사다. 300가구 이상 단지에서 협의를 해주지 않았다가는 매일같이 집단민원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학교용지 사각지대 오피스텔 난립
특히 최근 대구 일부지역에는 오피스텔이 포함된 주상복합건물이 급증하면서 학교대란을 부추기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오피스텔은 원래 업무용으로 주로 사용하고 숙식이 가능한 건축물로,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돼 1가구 2주택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발코니가 없다는 정도를 제외하면 일반 아파트나 거의 같다. 하지만 업무용으로 분류돼 사업자는 학교용지 확보 계획 수립도, 부담금을 낼 의무도 없다. 학교용지 확보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지역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대로변 상업지역에 오피스텔이 포함된 주상복합건물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 공간이 주거용”이라며 “주거용이나 마찬가지인 오피스텔을 많이 넣어 법적 업무시설 비율을 높이는 꼼수로 사업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구시 도시계획조례상 중심상업지구의 용적률은 1,300%나 되지만 주거용 비율이 80~90%이면 600%밖에 안 된다. 무늬만이라도 ‘오피스’텔을 많이 지으면 주거비율이 낮아진다. 전체 용적률도 높일 수 있다.
관할 지자체와 교육당국도 300가구 미만 단지에도 사실상의 협의를 하고 있지만 난개발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행정소송을 당할 경우 대부분 인가할 수밖에 없고, 자칫 거액을 변상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허가를 내 주지 않았다가 소송을 당해 5억여원의 구상금을 물어주게 된 울산 북구청장 사건 이후 더욱 위축되고 있다.
특정지역에서 벌어지는 난개발을 막으려면 교육환경 불균형 해소가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생활환경이 뛰어나다고 하기 어려운 범어ㆍ만촌지역에 동시다발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콩나물 교실이 생기는 것은 순전히 학군 때문”이라며 “수성구 이외 지역 학교에 대해 특혜라는 말을 듣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해 대구 안에서 교육불균형을 해소하는 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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