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곳 중 한 곳 선정 땐 상징성 커 초유의 외교 이벤트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사실상의 3차 북미회담에서 두 정상이 다음 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하면서 4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담 과정에서 북미 정상이 각각 자신의 안방인 ‘평양’과 ‘워싱턴’으로 상대를 초대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다. 말의 성찬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어느 한 장소라도 4차 회담지로 선정된다면 기약할 수 없는 약속이 되어버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함께 초유의 외교 이벤트로 기록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초대 의사를 밝힌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먼저 군사분계선 북쪽 북한 땅을 밟았다가 다시 돌아와 함께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김 위원장에게 백악관 초청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별다른 응답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53분간 단독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외신 기자들에게 “제가 김 위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이 희망한다면 언제든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단계에 따라 어떻게 진행될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순간이 되면 그런 것들(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김 위원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대신 평양을 방문해달라고 역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 일부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절한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게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일 “저희가 (김 위원장의 초청 발언을) 특별히 확인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4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두 곳 중 한 곳으로 결정된다면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이 현실화한다면 북한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북한의 심장부인 평양에 발을 딛는 최초의 미국 현직 대통령이 된다. 다만 이 경우 양 정상 모두 경호 문제가 걸림돌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4차 회담에서 파격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상대국을 직접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존처럼 제3국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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