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성이 4일부터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강화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한국을 우대국으로 대우해 심사ㆍ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던 것을 품목당 심사 방식으로 바꾸어 앞으로 허가에 90일 정도 걸릴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8월 1일부터 군수품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의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했던 안보상 우호국인 27개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가 이날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든 이유는 한일 간 “신뢰관계가 현저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한국 쪽의 수출관리가 적절한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과는 무관하다고 애써 부인했지만 현재 한일 간 신뢰관계 훼손이 과거사 문제 말고 무엇이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일본 언론들도 한결같이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첫 대항 조치라고 해석했다.
국가 간 무역 마찰은 통상 상대국의 부당한 자국 기업 지원, 덤핑 수출 등 불공정 거래를 이유로 삼는다. 외교 갈등 때문에 느닷없이 수출 규제라니 경제대국 일본의 조치로는 졸렬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일본은 불과 며칠 전 “자유롭고 공평하며, 차별 없고 투명성이 있어 예측 가능한 안정된 무역과 투자 환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주요 20개국(G20) 공동선언을 주재한 의장국 아닌가.
이 조치로 일본이 얼마나 실익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내 기업은 일본의 이런 행태에 대비해 이미 3개월 정도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규제가 길어지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겠지만 그 경우 이를 공급받는 일본 기업의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징용 갈등은 한일 사법부의 판단과 국민 여론이 엇갈리고 피해자 치유까지 필요한 복잡다단한 외교 문제다. 일본의 바람대로 서둘러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 조정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이런 국민 감정이나 피해자 정서를 외면하는 형식적 해법에 불과하다. 양국 정부가 정치적 해법으로 진정한 과거사 치유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무역 규제로 문제를 풀겠다는 일본 정부가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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