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의 천막농성이 53일째를 맞은 가운데 서울시와 우리공화당이 천막 철거를 두고 한 수씩 주고받는 장기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시가 직원 및 용역 900여명을 동원해 광화문광장의 천막을 철거했을 때만 해도 승기는 서울시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우리공화당이 소화기와 스프레이까지 분사하며 저항했지만, 서울시는 행정대집행 2시간 만에 광장 천막을 모두 철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우리공화당은 기존보다 더 많은 수의 천막을 광장에 설치했다. “하나를 철거하면 두 개, 네 개를 더 세울 것”이라는 말이 현실이 된 셈이다. 그날 밤 우리공화당은 천막을 세 동 더 늘리며 광화문 천막은 열 동으로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확정되자 우리공화당은 28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와 청계광장 일대로 천막을 옮겼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보낸 경호협조 요청에 호응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동시에 이는 철거가 아닌 ‘이동’임을 강조하며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울시도 움직였다. 서울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마지막 날인 30일 광화문광장에 대형화분 80개를 설치했다. 화분에는 “이 시설물은 서울시 소유재산으로 무단으로 이동하거나 훼손 시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알림이 붙어있었다. 화분을 훼손하거나 철거하지 않고서는 광장에 천막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 서울시가 3차 천막 설치를 사전에 차단하는 수를 둔 것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1일 오전 청계광장에 설치된 천막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갈 것이지만 세부 일정은 아직 논의 중”이라며 한 수 접고 들어갔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불과 며칠 전 기습설치를 감행한 전적이 있는 만큼 서울시와의 천막 승부에 백기를 든 것은 아닐 테다. 이날 현장에서도 천막 내 기자재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우리공화당의 향후 행보는 아직 미지수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