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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돈봉투 전달, 지나가던 경찰에 딱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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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돈봉투 전달, 지나가던 경찰에 딱 걸렸다

입력
2019.07.01 13:19
수정
2019.07.01 18:4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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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4일 오후 1시 20분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 40대 남성 A씨에게 20대 여대생으로 보이는 B씨가 두툼한 돈 봉투를 넘겼다. 큰 길가에서 돈 봉투를 주고받는 풍경 자체도 기이했을 뿐 아니라, 급히 달려 나와 A씨에게 돈을 건네는 B씨의 표정이 너무나 불안해 보였다. 마침 그 곳을 지나던 강력계 형사 눈에 이 장면이 쏙 들어왔다. 다른 절도 사건 수사 때문에 그 곳을 지나던 형사는 얼른 A씨를 붙잡았다.

잡고 보니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자였다. B씨는 자신이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계좌가 도용됐으니 돈을 다 빼와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검수를 받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현금 1,300여만원을 찾아 봉투에 담아들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금감원 직원이라며 신분증까지 내보이는 멀쑥한 정장 차림의 A씨에게 봉투를 넘기기 직전에야 피해를 겨우 면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A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1~24일 서울과 경기 일대를 돌며 이런 수법으로 4차례에 걸쳐 4,25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A씨는 배후의 보이스피싱 조직 자체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직접 보거나 접촉하질 않아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다. A씨는 “구인사이트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됐고, 수익의 5%를 떼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일하게 됐을 뿐”이라며 “범죄인지 모르고 단순한 소일거리라고만 생각했다”고 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피해대상자들 개개인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을 뿐 아니라, 금감원 신분증까지 위조할 정도로 적극 가담한 정황이 뚜렷한 이상, A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 경험이 없는 젊은 여성을 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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