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담 남ㆍ북ㆍ미 정상의 입, 통역관도 화제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ㆍ북ㆍ미 정상의 만남 과정에서는 이들의 지근거리에서 각 정상의 입과 귀 역할을 담당한 ‘통역’에게도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만남엔 문재인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맡은 채경훈 청와대 행정관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호 통역관’, 한국 태생인 이연향 미국 국무부 통역국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우선 문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담당한 이는 채경훈 청와대 행정관이다. 직업 외교관으로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파견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채 행정관은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의 미국 워싱턴 방문 때부터 영어 통역을 맡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01학번인 채 행정관은 2007년 영어 능통자 전형으로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들어왔다. 그는 이날 회담에서도 생중계로 진행된 한미 정상의 만남, 남ㆍ북ㆍ미 정상 회동 등 여러 순간에 능통한 통역 실력을 과시했다.
이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채 행정관이 영어를 비롯해 일본어와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14개국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채 행정관은 1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채 행정관이 어린 시절 영국에서 공부해 영어에 능통한 인재인 건 맞지만, 14개 국어설은 해당 나라들에서 영어로 통역한 경험이 부풀려져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통역으로는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숙청설’이 돌았던 신혜영 통역관 대신 새로운 남성 통역관이 투입됐다. 이름과 이력이 공개되지 않아 베일에 싸인 이 남성은 2013년 미 프로농구협회(NBA) 출신 농구 선수인 데니스 로드맨 방북 때 그를 수행하며 통역을 맡았던 인사로 파악됐다.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수행하는 1호 통역관은 모두 외무성 소속으로 매우 엄격하게 선발, 관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세 번 만날 때마다 모두 다른 통역관을 기용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선 평양외국어대 영어학부 출신 남성인 김주성이 모습을 나타낸 바 있다. 신혜영은 ‘하노이 노딜’ 과정에서 일부 통역 실수 책임을 물어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됐다는 설이 제기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은 '닥터 리'로 통하는 미 국무부 소속 통역국장 이연향 박사가 계속해서 맡았다. 이 국장은 연세대에서 성악을 전공했으나 1989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한 후 통역관의 길을 걷게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 국무부 소속 한국어 통역관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임용됐다가 2009년 다시 국무부로 돌아갔다. 이 국장은 스포츠, 특히 전문용어가 많은 피겨스케이팅 통역까지 맡을 정도로 영ㆍ한 통역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는 김연아 선수의 통역을 담당했으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미국 주요 인사들의 통역도 도맡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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